<앵커>

3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유럽에서 시장 독점을 우려해 합병에 제동을 걸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두 회사 주가는 오늘 하루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놓고 유럽연합, EU가 심사에 착수한 건 지난 2019년 말.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세 번이나 미뤘던 심사를 지난달 말 재개한 가운데 최근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급격한 부활과 함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로, 기업결합을 불허할 거란 얘기가 잇따르는 상황입니다.

2년 전 합병 발표 당시만 해도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가뭄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물류업 호황에 힘입어 수주 신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집계된 올해 선박 주문량은 1년 전보다 138%가 증가한 4,507만 CGT로,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 비중은 38%에 이릅니다.

유럽은 특히 환경규제 강화로 발주가 급증한 LNG선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하고 있는 LNG선 시장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회사의 점유율만 무려 70%에 이릅니다.

앞서 크루즈선 세계 1위, 3위 조선사 간의 합병도 거부했던 EU 당국이 LNG선 시장 독점 또한 방치하지 않을 거란 시각이 팽배합니다.

독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현대중공업 측은 건조기술 이전과 조선소 일부 매각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EU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 : (크루즈 시장의 경우) 수주잔고가 10년치가 차 있을 정도로 공급자가 제한적인 시장이지만 상선의 경우 중국에도 밴더가 많이 있고 일본도 여전히 조선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지 않습니까? 바잉 파워가 강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고 시장이 다르니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합병 무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거란 분석입니다.

2년 전 상황과 달리 당분간은 수주 호황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저가 입찰 등 과다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이은창 / 산업연구원 연구원 : (조선업) 시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국내 3사가 우선은 선박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되다 보니 행여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아주 안좋은 상황만은 아니지 않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EU의 최종 판단은 다음달 20일 내려집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임원식기자 ryan@wowtv.co.kr
현대重-대우조선 '빅딜' 무산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