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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장 재량에 내맡겨진 학폭 '분리 조치'…2차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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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3일만 의무 분리…검찰 송치에도 '수개월 같은 교실'
    "학교장 개인만 곤란해져" 지적…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기

    학교폭력 예방과 조치 등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이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를 지나치게 학교장 재량에만 내맡기면서 의심 사례 발생 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장 재량에 내맡겨진 학폭 '분리 조치'…2차 피해 우려
    14일 경기도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중학교 3학년생 A 양은 올해 3월 학원 휴게실에서 같은 학교, 같은 반 남학생 B 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A 양 부모는 B 군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거부하자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수사를 벌여 B 군의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지난 8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A 양이 피해를 제기한 직후에는 물론 경찰이 B 군에 대한 유죄 판단을 내린 이후에도 A 양과 B 군에 대한 분리 조치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A 양은 B 군과 사건 이후 8개월가량을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다가 3차까지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겨우 B 군과 떨어질 수 있었다.

    3차 학폭심의위는 B 군의 학급을 교체하는 의견을 냈고, 학교장은 이를 수용했다.

    분리 조치가 이토록 늦어진 것은 분리 조치 여부를 학교장 개인이 결정하도록 규정한 학교폭력예방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초·중·고등학교는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하면 관련 학생들을 신고 즉시 3일간 분리해야 한다.

    이후 학생이 긴급보호 요청 등을 할 경우 출석정지 등의 '긴급조치'로 추가 분리 조치가 가능한데 이는 학교장이 결정하게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관련 학생 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분리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면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분리 조치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양, B 군의 사례 역시 이번 사건 초기 양측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장이 학폭심의위의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사실관계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교장 개인의 판단으로 가해 의심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를 시행했다가 해당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상당히 곤란해진다"며 "학교는 가해 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련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중학교 교장은 "교장이 원칙상 가해 의심 학생에 대해 출석 정지 조치까지 내릴 수 있지만,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시점에서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교장 재량에 내맡겨진 학폭 '분리 조치'…2차 피해 우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딸이 같은 반,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당했고 본인도 살짝 만졌다고 했는데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말을 바꿨다"며 "학교는 남학생에게 3일 출석 정지만 내려 현재 딸과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언급된 초등학교는 성추행 사안을 신고해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두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는 최초 신고 접수 시 이뤄진 3일 외에는 추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추가 분리 등의 조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학교장이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 사건의 학폭심의위는 이번 주 내에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리 조치를 학교장에게만 맡기지 말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담당자는 "신고 즉시 또는 경찰 수사 착수 시, 검찰 송치 시 등 확실한 기준에 따라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허위신고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징계 강화 등 대책을 동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학교는 교육기관이므로 학교폭력 사안에서도 무엇보다 교육에 힘써야 한다"며 "현행법에 필요한 경우 가·피해 학생과 보호자 등의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육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인숙 변호사는 "학교장들이 어떤 경우 분리 조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관련 기관이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홍보에 나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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