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 일정을 확정 지으면서 예비 상장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모 규모만 10조원을 웃도는 LG에너지솔루션과 청약 시기가 겹치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로 그동안 상장 일정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LG엔솔과 공모일정 피하자"…예비 상장사들 분주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일뱅크 등 내년 상장을 준비해온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희망 공모가액 기준 기업가치가 6조원을 웃도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내년 2월 3~4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보다 보름 정도 늦은 시점으로 잡되 연초에 풍부한 기관투자가 운용 자금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최대 12조7500억원어치 주식의 공모 일정을 공개했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은 내년 1월 3~12일, 일반청약 접수는 같은 달 18~19일에 받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상장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구체화했다. SSG닷컴(쓱닷컴), 쏘카, SK쉴더스(옛 ADT캡스) 등 다른 후보 기업들도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잡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예비 상장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과 공모 일정이 겹칠까봐 좀처럼 상장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모주 청약증거금 환불이 2거래일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청약 일정이 하루만 겹쳐도 흥행에 크게 불리해진다. 개인투자자들은 경쟁이 치열한 공모주시장에서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동원 가능 자금을 인기 기업 한 곳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일반청약 일정이 겹친 바이오다인은 48.1 대 1의 경쟁률을 내는 데 그쳤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루라도 일정이 겹치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청약이 쏠릴 것”이라고 했다.증권가에선 내년 1~2월에도 올해(19개)처럼 10개 이상 기업이 증시 입성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