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개미들에게 어려운 시장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 IPO 최정점…종목 옥석가리기 필요"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식을 사면 물리고 손절하면 오르는 멀미 나는 장세가 이어져 전문 투자자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굴지의 기업공개(IPO) 주관 증권사인 대신증권은 2019년 에코프로비엠 상장을 단독대표로 주관했다. 2차전지 소재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이후 주가 급등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2차전지 전해액 생산업체인 엔켐의 상장을 단독으로 성공시키면서 고성장 2차전지 업종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IPO 업무를 총괄하는 박 부문장은 “앞으로도 2차전지와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관련주가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IPO 시장과 관련해선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거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의 방향을 잘 잡아준다면 공모주 시장의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같은 산업구조 급변 시기엔 어떤 업종을 주목해야 하나.

“전기차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2차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다음은 2차전지라 불릴 정도로 커다란 산업 재편이 일어나는 중이다. 삼성과 LG, SK그룹이 모두 참여하면서 협력사들도 IPO 시장에 나오는 상황이다. 카카오로 대표되는 플랫폼과 메타버스 업종도 대세가 됐다. 게임주는 NFT 테마와 엮이고 암호화폐와도 연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갈 것 같다.”

▷성공적인 2차전지 기업 IPO 주관 실적이 돋보인다.

“일찍이 2차전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신산업 이해가 깊은 직원을 많이 보유해 고객사로부터 맨파워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 덕분에 엔켐의 경우 입찰 경쟁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주관 업무를 할 수 있었다.”

▷2차전지 업종 직접투자도 많이 하던데.

“일례로 엘앤에프의 전환사채(CB) 발행 때 대신증권의 신기술투자조합이 GP(운용사)로 참여했다. 전체 850억원 중 조합이 48억원을 투자했다. 2차전지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다. 지금 주가는 투자 당시의 세 배 수준이다. 작년엔 주식발행시장(ECM)본부 산하에 신기술금융부도 만들었다. 여기서 공격적인 비상장기업과 상장사 메자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내후년 이후 본격적인 투자 성과를 낼 것이다.”

▷다음 상장을 준비 중인 유망한 기업이 있다면.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성일하이텍이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2차전지 생산량이 늘어나면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 지금은 매출 규모가 작지만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요건) 상장을 추진하려 한다. 상장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분류될 것이다.”

▷내년 공모주 시장도 올해처럼 뜨거울 것이라 보나.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공모 규모는 내년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동성의 힘으로 만들었던 공모주 시장의 거품은 올 하반기부터 꺼지는 모양새다. 일반 투자자들도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할 시점이다.”

▷메타버스나 2차전지 관련주가 거품이라는 논란도 있던데.

“아직은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노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거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두 분야 모두 실체가 있고 성장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거품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이런 테마로 상장하는 회사들이 모두 실적을 제대로 낼 수 있느냐인데, 그래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내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 우려가 컸던 2020년 여름, ‘SK바이오팜의 상장 후 급등’이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내년에는 단군 이후 최대 공모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상장 후 시장의 평가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