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끌어내리는 감자의 비밀 [한경제의 솔깃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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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노미TV
자본잠식 피하기 위해 실시하는 감자
자본금 줄여 재무구조 개선
올해 삼성중공업·제주항공·대한전선 등 실시
발표 이후 주가는 급락
자본잠식 피하기 위해 실시하는 감자
자본금 줄여 재무구조 개선
올해 삼성중공업·제주항공·대한전선 등 실시
발표 이후 주가는 급락
주식투자인구 800만 시대, 아직 주식을 시작하지 못한 나머지 2000만 주린이들(경제활동인구 기준)을 위해 주식의 기초를 설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주코노미TV>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회 ‘증자’에 이어 오늘은 ‘감자’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구황작물 감자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감자는 증자의 반댓말입니다. 증자가 자본을 늘리는 작업이라면 감자란 자본을 감축시키는 작업이죠. ‘회사의 자본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그걸 인위적으로 줄인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죠.
감자란 무엇인가
감자는 보통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진행합니다. 기업의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나뉘고 자본은 다시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나뉜다고 말씀드렸죠. 이 때 자본은 자본총계라고도 부릅니다. 회사가 제품을 팔아 돈을 벌면 매출에서 매출원가, 인건비, 법인세 등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최종적으로 나오는 것이 손익계산서 상의 ‘당기순이익’인데, 이것을 재무상태표로 옮기면 당기순이익은 잉여금으로 들어갑니다. A라는 회사가 부채 6000만원에 자본금 4000만원, 총자산 1억으로 시작한 회사인데 올해 당기순이익 1000만원을 냈다면 이 회사의 재무구조는 부채 6000만원, 자본총계 5000만원, 총자산은 1억 1000만원이 됩니다.하지만 모든 기업이 항상 순이익을 내는 건 아니잖아요. 이 회사가 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러면 부채는 그대로 6000만원, 자본금도 4000만원 그대로인데 잉여금 파트에 -3000만원을 더하니까 자본총계는 1000만원이 됩니다. 총 자산도 7000만원으로 줄어들고요. 이렇게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많아지면 이익잉여금이 바닥나고 기업이 처음 설립될 때의 종잣돈인 자본금까지 갉아먹겠죠. 이것을 ‘자본잠식’이라고 부릅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상태를 의미해요. 자본잠식률은 자본금에서 자본총계를 뺀 금액을 자본금으로 나눠서 계산합니다. 방금 경우에는 (4000만원-1000만원)/4000만원=0.75 즉 75%가 되겠네요. 자본잠식이 계속되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된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년이 지속된다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습니다. 자본금이 전액잠식된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없이 즉시 상장폐지되고요. 그러니까 기업은 자본금을 줄여서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출하려고 하는겁니다.
감자의 과정
자본을 줄여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다는 말이 한번에 와닿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림으로 볼게요.자본금이 1000만원이었는데 손실이 500만원이라면 자본총계는 500만원이 됩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자본잠식' 상태인거죠.
여기에서 자본금을 살짝 고쳐주는겁니다. 자본금을 1000만원이 아니라 200만원으로 줄이고 남은 800만원은 잉여금으로 합쳐요. 그러면 당초 500만원 손실에 800만원이 더해졌으니 잉여금은 300만원이 되네요. 그러면 자본총계는 자본금 200만원 더하기 잉여금 300만원, 총 500만원이 됩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커졌죠? 자본잠식이 해결됐습니다. 두 경우 모두 자본총계는 똑같이 500만원입니다. 하지만 감자를 통해 회계상으로, 장부상으로 자본잠식을 해결하는 거죠.
감자의 방법
증자처럼 감자도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주주들에게 금액을 보상해주고 기업의 자본금을 줄인다면 유상감자, 주주들에게 보상 없이 진행한다면 무상감자라고 부릅니다.감자는 회사의 적자가 누적된 경우에 그 손실을 회계상으로라도 덮기 위해서 진행합니다. 그래서 감자는 대부분 무상감자입니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데 주주들에게 대가까지 지불해가면서 자본금을 줄일 여력이 없으니까요.
무상감자의 방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발행주식수를 줄이거나 액면가를 줄이거나. 먼저 주식병합방식은 발행주식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일정 비율로 주식을 병합하는 거죠. 대부분 이 방식을 채택합니다.
5:1 병합이라면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5주를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주로 병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통주식수가 줄어드니까 무상감자 이후 거래가 재개된 뒤에는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습니다.
액면가 조정 방식은 액면가를 낮추는 대신 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해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는 작업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무상증자를 발표했는데 이례적으로 액면가 조정 방식을 택했습니다.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하되 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한 것이죠. 무상감자 이후 삼성중공업은 자본금이 기존 3조1506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80% 줄어들었지만 주식 수는 변동 없이 그대로 6억3000만여 주가 유지됐습니다. 물론 삼성중공업은 어닝쇼크, 유상증자, 무상감자가 합쳐져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컸습니다. 무상감자는 대부분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 진행하고, 또 주주의 돈으로 손실을 메운 것이니 시장에서는 악재로 인식합니다. 물론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이유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올해 삼성중공업,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한전선, 제주항공, 마니커, 판타지오는 올해 무상감자를 실시했고 발표 당시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경영진의 잘못을 왜 주주가 감내해야하느냐는 의문에 따라 차등감자 얘기도 나옵니다. 차등감자는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묻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대주주 몫의 자본금을 100:1 등 큰 폭으로 줄여 지분율을 낮추고, 일반 주주는 10:1, 5:1 등 적은 비율로 주식을 병합하는 것이죠. 반면 균등감자는 대주주와 일반 주주 모두 같은 비율로 주식을 병합하게 됩니다. 작년에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추진했을 때 소액주주들이 ‘차등감자를 적용하라’고 주장한 이유입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