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고용노동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법안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안입니다. 5인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공무원과 교원에게도 유급노조 전임자를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근로기준법안은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불가피하고, 공무원·교원노조법안은 혈세 투입이 전제돼야 하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차별없는 노동법 보장을 위한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예정된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에서 관련법안을 처리하자고 국민의힘을 압박했습니다.

민주당이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법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안,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란 법률 제정안,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입니다. '사업이전 근로자보호법안'은 하청업체 변경 등 사업을 이전할 경우 고용을 승계하고 단체협약도 그대로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법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안입니다. 우선 현행법으로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금 정도만 보장하고 있는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해 연차수당, 해고제한, 주52시간제 등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모든 권리를 보장하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법 적용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늘어나는 비용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공무원·교원에게도 유급 노조전임자를 허용하는, 이른바 '타임오프제' 적용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모범사용자로서 당연히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사회적 합의, 최소한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근로기준법안의 경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 가능성이 큽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자들에게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풀겠다고 할 만큼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기존 월급 외에 연차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을 주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공공부문 타임오프제도 역시 매년 예산 불용액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민주당은 주장하지만 그 자체도 국민의 세금인데다 추가적인 예산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더군다나 공공부문 타임오프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지난 8일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려는 이슈입니다.

사회적대화가 막 시작됐음에도 그와는 별개로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과 공무원·교원에 대한 타임오프제 도입을 약속했습니다.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연내 입법도 가능하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16일 법안소위를 거쳐 환노위 전체회의에 회부하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범여권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마저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5인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데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박대출 의원)이 자당 소속이기 때문에 전체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16일 고용노동법안소위와 관련한 국민의힘 행보는 15일 예정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한국노총 방문에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공공부문 타임오프제 도입을 요구하는 한국노총에 윤 후보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