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폭발사고로 노동자 3명 숨져…'위험의 외주화' 피해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일용직 노동자 3명이 숨져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지'에 몰리는 일용직 노동자…"근본 대책 마련해야"
14일 여수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여수산단 이일산업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가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탱크 위에서 유증기 회수 배관 설치를 위해 볼트 조임 작업을 하던 중 폭발이 발생해 숨졌다.

탱크 내부에는 수소 처리된 중질 나프타(중질 휘발유), 이소파라핀 등 석유 물질이 저장돼 있었다.

당시 탱크에 30% 정도 석유 물질이 들어있었으며 회수 장치의 나사를 체결하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가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들로 확인됐다.

이처럼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업체의 비정규직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지에 몰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여수산단에서는 대형 안전사고가 16건 발생해 8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작업 중 숨진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으로 설비를 청소하다 질식하거나 정비 중 목숨을 잃었다.

지난 9월 6일 여수산단에서는 프로판 가스탱크에서 정비작업을 하던 하청 업체 노동자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올해 1월 10일에는 석탄 운송 컨베이어의 잔탄을 제거하던 노동자가 컨베이어에 몸이 끼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0월에는 화력발전소에서 부품 교체 작업 중 맨홀을 여는 순간 화염이 분출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여수산단은 가연성 화학 물질 등 위험 물질을 다루는 곳이 많아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석유화학 공장은 설비 점검을 위해 공정을 중단(셧다운)하고 설비를 청소하거나 정비를 하는데 대부분 하청업체에 일감을 준다.

위험한 일을 하는 곳에는 반드시 안전감독자를 상주시켜야 하는데 일부 현장은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산단에서 공장 설비 등을 정비하는 플랜트 건설노조는 최저가 입찰 등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장은 "여수산단은 시설이 오래돼 노후한 시설을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고 반드시 안전 감독자를 상주시키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업체는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무조건 저가로 입찰하는데 노동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근래의 모든 중대 사망사고는 위험의 외주화를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안전불감증과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하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너무도 크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