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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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살림살이를 쥐어짤 만큼 나쁘게 만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가계 지갑은 얇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 구매력이 갈수록 훼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8개 국책·민간 경제연구원의 원장들은 14일 웹세미나 방식으로 열린 ‘2021년 한경 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스크루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쥐어짜기를 뜻하는 ‘스크루(screw)’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물가가 치솟지만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가계의 살림살이를 쥐어짤 만큼 나빠지는 경제 현상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2022년에는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가계 소득은 제자리를 맴돌 수 있다"며 "스크루플레이션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생활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인플레는 장기화할 우려가 커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최근의 글로벌 물가가 급등한 것은 공급 병목 현상에서 비롯했다”며 “세계 경기가 회복하는 등 수요 압력 요인도 가세하면서 인플레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탈탄소화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원장은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이 불거지고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고공행진한 것은 탈탄소화에서 비롯했다”며 “탈탄소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급망 교란이 수시로 빚어지고 그만큼 물가도 뜀박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 소득과 맞닿아 있는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 원장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올해 4.0% 성장률 달성이 불확실하다”며 “내년엔 한은 전망치(3.0%)를 밑도는 2%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잠재성장률이 계속 내려가 2023년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김 원장은 “경제 활동이 재개되겠지만 과거로의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 행태가 굳어지면서 수요 활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세계와 국내 경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기저효과를 반납하고 경기 하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