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가 글로벌 제약사 미국 머크(MSD)와 공동으로 면역항암제 임상 3상을 한다. 이 회사의 후보물질 백토서팁과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암 환자에게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이다.

메드팩토는 MSD와 공동임상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메드팩토는 미국, 한국 등의 40개 의료기관에서 대장암 환자 500~600명을 대상으로 백토서팁의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토서팁은 면역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방해하는 신호물질인 ‘TGF-베타’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지난해에만 13조원의 매출을 올린 키트루다는 암세포에 발현되는 단백질 PD-L1과 면역세포 단백질 PD-1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항암제다. 영리한 암세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장암의 경우 환자 20%에게만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다른 항암제와 같이 사용해 항암효과를 높이려는 병용요법 개발이 활발하다.

메드팩토는 임상에 필요한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현재 키트루다와 관련해 이뤄지고 있는 임상은 세계적으로 1700여 건. 이 중 MSD가 약을 무상 지원하는 임상 3상은 영국 GSK, 일본 에자이 등이 진행 중인 13건에 불과하다. 메드팩토는 임상 1·2상에서도 MSD에서 키트루다를 무상 지원받았다.

이번 계약으로 메드팩토는 1000억여원에 달하는 임상 비용 중 35% 수준인 35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 3상 진입 시점은 내년이 목표다. 메드팩토는 임상 중간 결과에서 약효가 확인되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해 조기에 품목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임상시험 모니터링 업체인 바이오메드트래커에 따르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이 신약허가신청(NDA)으로 이어질 확률은 55%”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신약 승인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메드팩토가 다른 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인 임상은 모두 10개다.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도 MSD에서 키트루다를 지원받아 백토서팁과 병용하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임핀지와도 병용 투여 방식으로 비소세포폐암 임상 1상과 방광암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