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경 밀레니엄포럼 송년 웹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경제 전문가 4인은 내년 들어설 차기 정부가 기업가 정신을 북돋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송년회에는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국내 대표 8개 국책·민간 경제연구원 원장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현재 2% 안팎인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3%를 기록한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2023년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내년부터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고령화 등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도 노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할퀸 경제의 상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 교수는 “업종별로 회복의 온도차가 뚜렷하다”며 “대면 서비스 업종이 특히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문별·계층 간 격차가 벌어진 가운데 저성장 흐름이 겹치면 성장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 교수는 “적잖은 경제 주체들이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내년 3월 정부의 금융지원이 만료되면 그동안 미뤘던 자영업자 부실 등의 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차기 정부가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제 멘토’로 통하는 하 교수는 “불확실성으로 산업·기업 역동성이 떨어지는 데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대대적 규제 개혁을 통해 산업의 앞날을 열고 위축된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를 제거하고 민간 불확실성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대위 경제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는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성장의 구심점을 민간으로 전환하고 민간의 활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로 합계출산율이 0. 5명까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며 “내년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이 문제를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