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도 정치권의 입김에 크게 휘둘리고 있다. 지난 8월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후 강도 높은 대출 억제 조치가 단행됐지만 이후 서민·실수요자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대선 후보들까지 가세해 기존 금융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공약을 내놓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계부채 등 금융규제도 정치권 압박에 '오락가락'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 기조가 크게 뒤집힐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당국이 내년 업무 계획을 수립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심거리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고강도 대출 억제 정책을 펼쳐왔고, 내년에도 연간 대출 총량 증가율을 4~5%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요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과도한 대출 관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후보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대출’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최대 1000만원을 최대 20년간 연 2%대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에 따라 리스크와 이자율을 정하는 현재의 금융체계를 완전히 뒤흔드는 발상”이라며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정책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제도 정치권 압박에 따라 조금씩 수위가 변했다. 지난 10일 열린 민주당과 금융위원회의 당정협의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안이 논의됐다. 금융당국은 당초 내년부터 시행할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중저신용자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