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은 서울의 근현대사를 압축한 동네다. 떠들썩한 먹자골목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담장 높은 저택, 실향민 벌집촌이 뒤엉켜 있다. 광희문 성곽 마을이던 곳에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문화주택단지를 조성하며 낮은 언덕에 집들이 지어진 게 그 시작이다.해방과 6·25전쟁을 거친 이후 1960년대엔 부촌의 상징이 됐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자택이 들어섰고,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도 월남 후 장충동 적산 가옥에 본적을 등록했다. 이 시기 장충동에 살던 사람이라면 잊지 못하는 집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1세대 대표 건축가인 나상진(1923~1973)이 3년에 걸쳐 지은 집이다. 김중업 김수근보다 한 세대 앞서 활동한 나상진은 한국 최초의 골프 클럽하우스인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광장동 워커힐호텔 본관과 후암동 성당 등을 지은 인물. 당대 보기 드물던 이 대형 가옥은 대선제분 창업주인 박세정 회장이 의뢰해 1966년 완공됐다. 2019년까지 그 일가가 4대에 걸쳐 살았다.동대입구역에서 장충교회를 끼고 돌아 언덕을 조금 오르면 붉은 벽돌의 ‘베네딕토 피정의 집’ 맞은 편, 흰 벽면에 다소곳하게 자리한 나무 대문이 열려 있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집 문패엔 이렇게 쓰여있다. ‘Starbucks Reserve.’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인 리저브 1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선보인 열 번째 매장 장충라운지R점이다.“당신의 커피 여행이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문구와 함께 들어서면 기존 차고로 쓰이던 낮은 층고의 공간이 등장한다. 마치 비밀의 공간에 숨어드는 듯한 동선. 벽면엔 ‘오르빗 스튜디오’의 증강현실 작품 ‘한
스타벅스는 맥도날드와 함께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인 브랜드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를 미국식으로 바꿔 세계 60여 개국에 진출했다. 이런 스타벅스도 ‘작지만 맛있는 스페셜티 커피’로 출발했다.1960년대 미국 대학생들은 유럽 배낭여행을 많이 갔다. 시애틀대에 다니던 제리 볼드윈, 고든 바우커, 제브 시글도 여행하며 다양한 커피 맛을 알기 시작했다. 좋은 커피를 구하려고 시애틀에서 밴쿠버의 한 프리미엄 마켓까지 매주 왕복 6시간 이상 차를 몰기도 했다. 이들은 시애틀에 작은 커피 하우스를 차리기로 했다. 작지만 품질이 뛰어난 커피를 로스팅하는 회사.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 스타벅스라고 했다.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미엄 커피로 이름난 피츠 커피에서 원두를 납품받아 시애틀에 첫 매장을 낸 게 1971년. 원두 판매로 순식간에 이름을 알리면서 3년 만에 3호점을 열고 지역 최대의 로스팅 업체로 성장했다. 볼드윈은 “되돌아보면 그 시절은 낭만주의 시대였던 것 같다. 수많은 젊은이가 열광했던 시대”라고 했다.스타벅스 탄생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낭만주의 커피 시대가 서울에서 다시 열리고 있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상징인 인텔리젠시아, 61년 역사의 노르웨이 카페 푸글렌, 베를린 기반의 보난자, 덴마크의 콜렉티브, 브랜드 랄프 로렌의 랄프스커피 등 명성 높은 브랜드들이 한국에 단독 매장을 내고 있어서다. 해외 첫 진출지로 서울을 택하는 일도 이례적으로 많아졌다.‘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던 샌프란시스코의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새로 문을
‘벨벳 세레나데: 체코 음악의 밤’이 오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아레테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다비드 칼후스가 드보르자크와 야나체크의 곡을 선보인다. 17일까지 아르떼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된다. 10명을 뽑아 S석을 두 장씩 준다. 당첨자 발표는 18일.arte.co.kr에서 각종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꼭 읽어야 할 칼럼● 돼지가 찾을 수 있는 귀한 송로버섯송로버섯은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진 귀한 식재료다. 땅속에 묻혀 자라기 때문에 인간은 찾기 어려워 후각이 발달한 돼지가 큰 역할을 한다. 그림 ‘모자이크의 트러플 돼지’ 속 버섯은 송로버섯의 특징인 울퉁불퉁한 구형이 아니라 갓과 기둥의 형태를 지녀 송로버섯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떤 버섯일까? - 음식평론가 이용재의 ‘맛있는 미술관’● 헨델의 아리아 '그리운 나무 그늘'헨델의 아리아 ‘그리운 나무 그늘’은 아름다운 곡조와 달리 단순히 나무를 칭송하는 가사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바로크 시대 아리아는 가수의 기교를 강조했기에 가사 내용은 덜 중요했다. 이 노래의 별칭 라르고는 느리게 연주되는 전형적인 아리아를 대표하며 그 자체로도 감상의 가치를 지닌다. -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꼭 봐야 할 공연·전시● 음악 - 대니 구 크리스마스 콘서트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홈’이 12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색소포니스트 제이슨 리, 멜로망스 김민석 등이 협연한다.● 연극 - 킬롤로지연극 ‘킬롤로지’가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한다. 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