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의원-김대진 한예종 총장 17일 한 무대
"의원들이 연주하면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총장·국회의원 피아노 협연…"조율이 중요한 정치와 비슷하죠"
"오늘 너무 잘하면 안 돼요.

"(김대진 한예종 총장)
"네, 처음이니까요.

"(김예지 국회의원)
14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서초캠퍼스 401호. 김대진 한예종 총장과 김예지 의원이 피아노 한 대에 나란히 앉았다.

네 손이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아름다운 선율이 피어오른다.

연주 중간중간 두 사람은 속도를 조절하며 서로 호흡을 맞춰나간다.

연습을 마쳤을 때 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오는 17일 한예종 서초캠퍼스 이강숙홀에서 열리는 '포르테 콘서트 케이-아트 위드(K-Arts with) 김예지'를 앞두고 진행한 30여 분간의 첫 연습에서 두 사람은 아름다운 선율을 합작해냈다.

김 의원은 "부담되는 마음으로 왔는데 총장님이 편하게 이끌어주셔서 생각보다 덜 불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콘서트는 한예종 음악원 기악과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4명과 비장애 학생 5명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공연이다.

장애 여부를 떠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으로 마련됐다.

두 사람은 콘서트에서 학생들 연주에 이어 특별 연주자로 무대에 오른다.

총장·국회의원 피아노 협연…"조율이 중요한 정치와 비슷하죠"
이번 음악회는 김 총장이 지난 9월 중순 김 의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국회의원과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총장은 이 만남에서 대화의 대부분을 음악 이야기로 채웠다고 한다.

김 총장은 이날 한예종 장애인 학생들에 관한 대화를 하다 장애인 음악회를 떠올렸다.

이어 김 의원에게 연탄곡(連彈曲)을 함께 연주할 것을 제안했고, 김 의원은 며칠 고민 끝에 흔쾌히 승낙했다.

김 의원은 "(김 총장은) 누구나 한 번쯤 배워보고 싶은 로망의 선생님이셨다"면서 "협연 제안을 해주셨는데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영광이었다.

기회를 주셨을 때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 두 사람은 드뷔시의 피아노 연탄 '작은 모음곡' 중 감미롭고 평화로운 제1곡 '조각배로'와 경쾌한 분위기의 제4곡 '발레'를 연주한다.

바쁜 의정활동으로 연습 시간이 없었다는 김 의원은 "(두 작품은) 네 손을 위한 연주곡인데 두 사람이 가까이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서로 손길이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잘 들어야 한다.

협연은 이런 점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조율해야 하는 정치와 가깝다"면서 "그간 정치에 입문해 느꼈던 것을 음악으로 풀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의원들이 연주를 하면 사회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모든 일에서는 서로 잘 듣고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총장·국회의원 피아노 협연…"조율이 중요한 정치와 비슷하죠"
이번 음악회에서 한예종 학생들은 클링의 피아노 3중주 '코끼리와 파리'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스케르초', 베토벤의 '클라리넷 3중주' 중 1악장,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중 2악장과 3악장을 연주한다.

김 총장은 "장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과 협업하고 소통하고 앙상블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면서 "이번 공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음악회는 장애인들이 그간 배운 것과 가진 것으로 코로나로 어려운 분들에게 쉼과 휴식을 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은 장애인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한 인간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번 공연이 참가하는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의 전반적인 삶을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거라 믿고, 이 연주회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내년에 독주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김 의원은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필요할 때 거기 있었을 뿐이다.

잠시 이렇게 사용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피아니스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