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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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 감원이 역대급 규모로 파악된다. 통상 희망퇴직은 경영여건이 악화될 때 시행되는데,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올해 희망퇴직 규모를 늘린 건 이례적이다. 유리한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 인력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SC제일은행에선 지난 10월 말 기준 496명이 회사를 떠났다. 926명이 특별퇴직한 2015년 이후 6년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근속 기간 10년 이상인 40~50대 직원들로, 작년보다 대상자 및 조건이 확대됐다. 직위나 연령,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36~60개월분의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최고 한도는 6억원으로 연령에 따라 창업지원금 최대 6000만원과 자녀 학자금 최대 4000만원도 제공했다.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 철수를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도 2300여명에 달했다. 전체 직원(3250명)의 70% 수준이다. 씨티은행은 최대 7억원 한도로 정년까지 남은 월급을 100% 보상하고, 창업 및 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제공한다.

희망퇴직 신청 직원들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희망퇴직을 받은 NH농협은행에서도 만 40세 직원 신청자만 56명에 달했다.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가 1965년생~1973년생으로 지난해(1964~1967년생)보다 크게 확대된 결과다.

지난달 희망퇴직 공고를 낸 BNK부산은행도 희망퇴직 연령대를 확 낮췄다. 회사는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 누구나'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고를 내면서 아예 나이 조건을 없앴다. 직금도 임금 32~42개월치를 지급한다. 지난해 조건보다 2개월치(중간 간부 기준)가 더 늘어났다.

올해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에서 짐을 싼 희망퇴직자만 4900명에 육박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구조조정 칼바람에 어수선한 분위기와 달리 예년보다 좋은 희망퇴직 조건에 조기 퇴직하는 40대 초반 행원도 늘고 있다"며 "씨티은행은 파격적인 특별퇴직금으로 철수하는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직원들도 많이 신청했다"고 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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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권 '실적잔치'…디지털 가속화로 인력구조 재편 필요성 높아져

은행권의 희망퇴직자가 대폭 늘어난 것은 올해 퇴직 조건이 좋아진 데다 대상자도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SC제일은행 희망퇴직자는 지난 10월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급 기준)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지난해 조건(최대 38개월)과 비교해 퇴직금이 종전보다 많게는 수억원 가량 더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9개 국내은행의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국내은행의 순이익 12조1000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

금융환경이 비대면 및 디지털로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인력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점도 희망퇴직 대상자가 확대된 이유로 지목된다.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등 영업점 직원은 줄여야 하는 반면 개발자 등 정보기술(IT) 인력 수요는 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들어 시중은행 점포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1월까지 203개 점포를 폐쇄했다. 이달 말까지 59개 지점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시중은행 점포 수는 올해 6월 기준 3492곳으로 2016년(4144곳)과 비교하면 652곳 감소했다.

향후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중 희망퇴직을 진행하기 위해 노사와 관련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1일 협의를 시작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교섭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신한은행도 노사 합의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은행들은 내년 1월 정기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