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케이옥션이 내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미술품 경매시장 ‘만년 2위’인 케이옥션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기반으로 1위인 서울옥션을 추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케이옥션은 15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60만 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격은 1만7000~2만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규모는 272억~320억원이며 다음달 6~7일 수요예측, 12~13일 청약을 거쳐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지난 수년간 증시 상장을 준비해온 케이옥션이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낸 건 올해 국내 미술시장의 ‘역대급 호황’ 덕분이다.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낙찰총액은 3070억원으로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지난해(1153억원)는 물론 2018년 세운 기존 최고 기록(2194억원)을 한참 뛰어넘었다. 이 기간 케이옥션의 낙찰총액도 1200억원을 넘기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술시장에서는 이번 IPO로 향후 미술품 경매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옥션은 가나아트가 1998년 설립했고, 케이옥션은 갤러리현대가 2005년 세웠다. 이후 두 회사는 오랫동안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왔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점유율은 서울옥션이 48%, 케이옥션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사실상 미술 경매시장을 양분하는 셈이다. 온라인 경매 규모에서는 지금도 케이옥션이 서울옥션을 대체로 앞서고 있다.

IPO로 당장 시장 판도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옥션은 2008년 코스닥시장에 일찌감치 상장했다. 올해 초 7000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3만원 안팎까지 4배가량 뛰었고, 시가총액은 5000억원에 육박한다. 케이옥션이 밝힌 상장 직후 예상 시총(1515억~1782억원)의 3배에 달한다. 두 회사의 오프라인 경매에서도 서울옥션 쪽에 고가 작품이 더 많은 사례가 적지 않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