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명백한 오류"…수험생이 이겼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생명과학 원리 무시한 채
답 고르라는 것과 다름 없어"
교육부·평가원 항소하지 않고
응시자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 혼란
서울대 의대 당락 바뀔 수도
답 고르라는 것과 다름 없어"
교육부·평가원 항소하지 않고
응시자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 혼란
서울대 의대 당락 바뀔 수도
법원이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기존 정답을 취소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교육당국은 항소하지 않고 이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6515명을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오류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수험생들의 표준점수가 뒤바뀌게 되면서 의약계열 등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대로 계산하면 특정 집단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와 문항 자체가 오류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정답 결정 발표를 하며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 성취 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동물 집단 개체 수가 음수일 수 없으므로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생명과학의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어 부당하다”고 했다. 이어 “평가원의 정답 결정을 유지한다면 결과적으로 수험생이 불리하게 평가받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고집한다면 평가원의 오류는 정정되지 않는다는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이 없다고 보고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평가원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에게 해당 과목 성적을 공란 처리했던 것을 전원 정답 처리해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18일로 연기됐던 수시 합격자 발표일은 그대로 유지한다.
일부 수험생은 아예 수시 당락이 뒤집힐 수 있다. 수능 등급이 달라지면서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했던 학생이 이 기준을 못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오답 처리된 수험생들의 답안이 정답으로 바뀌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에서 68점으로 1점 하락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고득점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과학탐구의 변별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출제 오류로 생명과학Ⅱ 과목의 표준점수가 1점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다른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한 학생에 비해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환경에 밝은 수험생들은 SNS를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이끌어냈다. 국내외 생명과학 전공 교수들에게 의견을 묻는 메일을 보내 결국 유전학계 석학인 리처드 프리차드 교수 측의 의견서를 받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원고 중 한 명이었던 임준하 군(18)은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당연한 것 앞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왜 수험생이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며 “수능이 끝나고도 수험생 같은 생활을 계속했는데 이제야 묵은 체증이 내려앉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남영/오현아 기자 nykim@hankyung.com
법원 “명백한 오류”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문제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대로 계산하면 특정 집단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와 문항 자체가 오류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정답 결정 발표를 하며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 성취 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동물 집단 개체 수가 음수일 수 없으므로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생명과학의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어 부당하다”고 했다. 이어 “평가원의 정답 결정을 유지한다면 결과적으로 수험생이 불리하게 평가받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고집한다면 평가원의 오류는 정정되지 않는다는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이 없다고 보고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평가원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에게 해당 과목 성적을 공란 처리했던 것을 전원 정답 처리해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18일로 연기됐던 수시 합격자 발표일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과 최상위권 입시에 영향
생명과학Ⅱ 전원 정답 처리로 해당 과목의 만점은 ‘50점’이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표준점수와 수능등급이 바뀌게 되면서 자연계 입시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과학Ⅱ 응시생들은 서울대나 의약학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 비중이 높다.일부 수험생은 아예 수시 당락이 뒤집힐 수 있다. 수능 등급이 달라지면서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했던 학생이 이 기준을 못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오답 처리된 수험생들의 답안이 정답으로 바뀌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에서 68점으로 1점 하락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고득점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과학탐구의 변별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출제 오류로 생명과학Ⅱ 과목의 표준점수가 1점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다른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한 학생에 비해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수험생이 맞고 평가원은 틀렸다
이번 수능 출제 오류의 결론을 이끌어낸 주역은 다름 아닌 수험생들이다. 수험생들은 ‘단톡방’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자발적으로 소송 준비를 시작했다. 이어 정답 발표 사흘 만인 지난 3일 소장까지 내는 신속함을 보였다.디지털 환경에 밝은 수험생들은 SNS를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이끌어냈다. 국내외 생명과학 전공 교수들에게 의견을 묻는 메일을 보내 결국 유전학계 석학인 리처드 프리차드 교수 측의 의견서를 받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원고 중 한 명이었던 임준하 군(18)은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당연한 것 앞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왜 수험생이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며 “수능이 끝나고도 수험생 같은 생활을 계속했는데 이제야 묵은 체증이 내려앉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남영/오현아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