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의 의료현장 > 15일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구급차로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를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1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85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허문찬  기자
< 혼란의 의료현장 > 15일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구급차로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를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1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85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허문찬 기자
코로나19 ‘방역시계’가 4~5개월 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규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등 코로나19 양상을 보여주는 3대 지표가 연일 ‘사상 최악’을 가리키자 방역당국이 지난 7~8월에 시행했던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거리두기 4단계)를 다시 꺼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식당·카페 영업 밤 10시 前으로 제한할 듯…결국 '위드 코로나' 멈춤
정부가 4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만지작거린다는 건 ‘코로나19 전파경로’(만남)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현재 6명(수도권), 8명(비수도권)인 사적 모임 최대 허용인원이 각각 2~4명, 4~6명으로 줄어들거나 전국 통틀어 4명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식당·카페도 오후 9~10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인, 직장동료들과 두런두런 앉아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모임이 사실상 ‘금지’된다는 얘기다. 연말 특수를 놓치게 된 자영업자들은 “실책은 정부가 했는데 피해는 자영업자가 본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적 모임 인원·영업시간 축소

정부는 15일 구체적인 방역강화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저 “추가적인 사적 모임 규모 축소와 영업시간 제한을 포함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며,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김부겸 국무총리)고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자영업자들은 김 총리의 메시지를 ‘거리두기 4단계 부활’로 읽는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갓 넘었을 때 수도권 4단계를 발동했는데, 7000~8000명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보다 약한 조치를 내놓은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8월에 비해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난 점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상륙한 점 △6일부터 시작한 1단계 방역강화 조치가 힘을 못 쓰는 점도 ‘4단계+알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의 고통이 너무 오래 지속된 점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이 큰 점 △7~8월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대폭 높아진 점 등을 감안해 ‘4단계-알파’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선 이런 변수를 종합할 때 사적 모임 최대 허용인원은 전국 공통 4인 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각각 2~4명과 4~6명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허용인원(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보다 각각 2~4명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여름 4단계 때는 오후 6시 이전 4명,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후 6시 이후에 더 활발해진다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시간대별로 모임인원을 달리하는 규제가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방역당국은 다중이용시설 영업 종료시간에 대해선 오후 9시, 오후 10시, 밤 12시 등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따로 운영시간 제한은 없다. 행사 개최도 전면 금지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유흥시설과 클럽, 헌팅포차, 감성주점은 또다시 문을 닫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16일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되는 조치는 일단 연말까지 2주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라진 연말특수, 뿔난 자영업자

자영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김 총리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강화 조치를 시행하게 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틀어질 대로 틀어진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영업 제한에 따른 손실에 비해 정부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방역패스 철폐 △영업제한 철폐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조지현 자대위 공동대표는 “자영업자가 더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니 습관처럼 자영업자를 규제하려 한다”며 “방역 협조는 끝났다”고 했다.

서울 미근동에서 식당을 하는 A씨는 “1년 중 최대 대목인 연말특수가 사라진 셈”이라며 “금요일에 방역강화 대책이 발표되면 연말연초 예약이 줄줄이 취소될 것 같다”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