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대재해법에 CEO 못 바꾸는 외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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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면 처벌…한국 기피 조짐
"신의 영역까지 CEO 책임이란 꼴"
남정민 산업부 기자
"신의 영역까지 CEO 책임이란 꼴"
남정민 산업부 기자
![[취재수첩] 중대재해법에 CEO 못 바꾸는 외국기업](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7.25288812.1.jpg)
최근 만난 한 외국계 대기업 CEO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외국계 기업이 겪게 될 ‘웃픈’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금 CEO가 은퇴할 때까지 한국에서 근무하도록 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로 난감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CEO는 “경영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예측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며 “하지만 지금의 중대재해법은 ‘신의 영역’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 근무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CEO 교체 시기가 된 A사는 최근 이사회에서 새 CEO를 선임하려 했으나 당사자가 막판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해 기소라도 되면 본국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다른 국가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막을 수 없는 사고의 책임까진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 규정으로는 모든 사고가 CEO의 책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예컨대 CEO가 지켜야 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가 정확히 어떤 의무인지 매우 모호하다. 법에선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조치하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법을 지키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법을 지킨 것으로 간주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기업들이 “차라리 CEO가 해야 할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법에서 규정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다 한국이 외국 기업 CEO의 기피국만이 아니라 투자 기피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