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친정에서 ‘고립무원’에 처한 모양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이 후보가 화두를 던진 정책이 번번이 민주당의 벽에 부딪히면서다.

특히 당내 주류 세력인 86그룹이 반대 선봉에 서면서 이 후보의 정책적 입지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통 지지층 일부의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역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라디오에서 이 후보가 제기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필요성에 대해 “효과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대선 후보의 제안에 하루 만에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86그룹의 맏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여당 후보가 된 뒤에도 과거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부각된 86그룹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해소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 14일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입장을 철회했을 때도 비슷한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이 후보의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제안에 힘을 실었는데, 청와대가 반대하고 나서자 돌연 지도부가 이 후보를 설득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실용 행보’로 포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전 국민 지원금 철회를 86그룹이 주류인 당·청과 이 후보 간 힘의 불균형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86그룹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 피 수혈론’에 힘입어 정치권에 입문한 운동권 인사들을 말한다. 최근 이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성과도 있다’고 발언한 것 역시 반(反)독재·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던 86그룹의 반발을 샀다.

이 후보도 86그룹 인사를 주요 보직에 ‘최소한’ 인선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 86그룹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후보의 중앙대 후배로 예외적이다. 이 후보는 사석에서 86그룹에 대한 불신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일부 전통 지지층의 비토론도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는 여당의 전통 지지층인 호남·2030 여성·진보층에서 문 대통령보다 5%포인트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