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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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전기세는 고스란히 나가는데 연말 대목 앞두고 또 거리두기 강화한다고요? 2년간 '희망 고문'에 시달리니 지쳐갑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 시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온 15일 서울 성동구에서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성규선 씨는 이같이 털어놨다.

18년간 식당 운영을 한 성 씨는 단체 도시락 사업을 하려고 2019년 복층 매장으로 가게를 옮겼지만 그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층에서 꾸릴 예정이던 도시락 사업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20명 규모의 1층 식당도 근근이 이어가는 상황에서 방역 강화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성 씨는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정부가 부담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정비가 보전되지 않고 매월 손해가 극심한데 2년이나 지나니 희망이 없다"면서 "차라리 (정부가) '영업 금지'를 해버렸으면 쉬기라도 할 텐데 (연말이라 희망을 버리지 못해) 문을 닫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직원을 한 명 두고 있는데 인건비도 안 나온다. 무인화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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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강화 조치는 오는 17일 발표되고 연말까지 2주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명인 수도권의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4명으로 줄이고, 시간제한 없이 운영되는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12시 또는 밤 10시로 단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오후 6시 이후 2명 모임만 가능한 기존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서울 중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도 오미크론 확산 여파에 방역 조치 강화까지 시행하면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오미크론 퍼지고 난 뒤 예약이 20여 건 취소됐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예약도 취소될 것 같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 씨는 "그동안 떨어진 매출을 그나마 연말 대목에 조금 끌어올릴 수 있으려나 했는데 올해 장사는 어렵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월세 나가고 재료값은 오르고 비용은 늘어나는데 폐업을 피하려 대출을 받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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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뿐 아니라 다른 자영업자들도 방역 강화 조치 검토에 난색을 표했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제일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이상백 씨는 "가게마다 상호작용이 일어나 사람들이 활동을 해야 매출이 오르는데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 (다른 가게도)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60% 이상 급감했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은 가족 경영이란 특징이 있어 이른바 '버티기'에 나서는 경향임에도 불구하고 2년 사이에 시장에 공실이 나오고 있다면서 힘겨운 분위기를 전했다.

방역조치 강화로 인한 부담을 정부가 민간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의 '방역 패스' 확대 지침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방역 패스 확인을 위한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인건비가 부담이 되는 데다 고령층의 경우 확인 과정에 익숙하지 않아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는 후문.
오는 16일까지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17일 '특단의 방역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사적모임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는 16일까지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17일 '특단의 방역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사적모임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자영업자는 "2년 동안 실패했으면 자영업자만 잡지 말고 새로운 방역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씨는 코로나19에 시달린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그는 "동네 가게를 찾는 노년층 고객의 경우 방역패스와 QR코드 등에 익숙치 않아 현장에선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업주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