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찾은 카타르 도하의 이슬람예술박물관(MIA).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 거장 이오밍 페이(1917~2019)가 설계한 이 건물은 페르시아만의 바다를 배경으로 작품처럼 서 있었다. 아름다운 외관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 너머로 탁 트인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태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리크리트 트라바니자가 화덕에 빵을 구워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생존 위해 소프트파워에 ‘올인’놀라운 건 이 공원 전체가 박물관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매립지라는 사실이다. 카타르가 페이에게 이 박물관 설계를 처음으로 제안한 건 1999년. 당시 82세였던 페이는 왕실의 간청에 조건 하나를 내걸었다. “다른 빌딩들이 박물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카타르 왕실은 이를 위해 박물관 전용 인공섬을 새로 조성했다. 매립 및 공원 조성, 박물관 건축에 투입된 예산은 1조 원 이상. 여기에 더해 카타르는 박물관 소장품도 최고 수준으로 채우기로 약속하고 전 세계 경매장에서 이슬람 관련 유물을 최고가로 쓸어담았다. 소프트파워를 확보하는 데 국가의 모든 힘을 동원하는 카타르의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카타르 면적은 약 1만1580㎢. 경기도(약 10,195㎢)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의 소국인 데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다. 거주 인구도 300만명으로 많지 않다. 그나마도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천연가스와 석유 덕분에 부유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라는 두 강국 사이에 끼어 있다. 불안한 중동 정세를 고려하면 언제든 국가의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그래서 카타르는 20세기 후반부터 문화를 통해 국제
“사실 톨스토이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땐 주인공 ‘안나’ 때문에 화가 많이 났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한번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려고 했어요. 사랑 없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여자. 그러다 ‘브론스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인물이요. 그렇게 이해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그녀와 사랑에 빠져버렸어요.”러시아 오리지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사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와 만나 원작 소설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오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안나 카레니나’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고위 관료 알렉세이 카레닌의 부인 안나 카레니나가 젊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며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불륜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등장한다.체비크 연출 역시 처음에는 안나의 입장에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 개인의 실수에 대해 과연 내가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됐다”며 안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사람은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을 작품에 인용했어요. 오늘날에도 개인의 잘못을 집단으로 비난하는 현상이 있는데, 함께 이야기해볼 만한 뜨거운 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나 카레니나’는 마냥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 없어요.”작품은 성
이스라엘 출신 지휘 거장 엘리아후 인발(90)이 오는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 ‘러시아의 혼’을 이끈다.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를 통해 비극의 역사를 돌아보고, 인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번 공연에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 등 세계 유수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해 온 베이스 그리고리 슈카루파가 솔리스트로 출연한다.인발은 세계 최고령 현역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인발은 어린 시절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우며 음악적 소양을 키웠다. 지휘자로 발돋움할 기회는 텔아비브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에 찾아왔다. 육군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부지휘자를 겸임하던 중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발탁되면서다. 그의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인발은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인발과 KBS교향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를 차례로 들려준다. 첫 곡인 ‘죽음의 섬’은 라흐마니노프가 스위스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동명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교향시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자행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작품이다.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