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본사.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파업으로 자동차 업계가 떠들썩하다. 파업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며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일찌감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마친 완성차 업체들로선 '노조 리스크'는 남 얘기지만 내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한국GM 모두 올해 강성 지도부가 들어섰기 때문. 16일 1차 투표를 시작하는 기아 노조 선거는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강성으로 분류되는 후보가 2명 출마했다.
기아 노조 지부장 선거에 출마한 3인. (왼쪽부터) 기호 1번 홍진성 후보, 기호 2번 장수광 후보, 기호 3번 윤민희 후보. 사진=기아 노조
기아 노조 지부장 선거에 출마한 3인. (왼쪽부터) 기호 1번 홍진성 후보, 기호 2번 장수광 후보, 기호 3번 윤민희 후보. 사진=기아 노조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경기 소하·화성·광주공장을 비롯해 판매·정비 사업장에서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차기 지부장 선거 1차 투표를 진행한다. 총 3개 조직에서 홍진성(기호 1번), 장수광(기호 2번), 윤민희(기호 3번) 후보가 각각 출마했다. 홍진성·윤민희 후보는 강성, 장수광 후보는 온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들 후보들이 공통으로 내건 공약에는 물량 확보, 정년 연장 등 '고용 안정'이 있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일자리 축소에 대한 노동계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홍 후보는 소하리 공장 전용 친환경차 공장 확정, 광주공장 다목적차량(PBV) 전문 공장으로 육성 등을, 장 후보는 정년 연장(현행 만 60세→만 62세),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신사업 유치내용을 고용안정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 후보는 내년 전기·수소차 혼류생산 공장 확충과 정년 연장 등을 약속했다.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500만원 성과급 동일 지급'과 관련된 내용이다. 최근 사측은 지난 10월 도입한 '탤런트 리워드' 제도 일환으로 성과가 높은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과장·차장·부장급)을 선별해 특별 성과급 5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노조는 그동안 성과급은 직군에 상관없이 일괄 지급해왔던 관행을 미뤄 일반직 비조합원 외 조합원들에게도 성과급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후보 역시 당선 즉시 노사 협의를 통해 일반직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위해 힘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밖에 홍 후보는 기아 직원의 '자녀 우선 채용' 내용도 공약에 담았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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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보가 돼도 현대차 노조를 따르는 경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강경파 후보들에 대한 지지가 비교적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기아에도 강성 지도부가 들어서면 내년도 완성차 임단협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선거를 마친 현대차와 한국GM 차기 노조 지부장에도 모두 강성으로 분류되는 안현호 후보와 김준오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기아 노조 지부장 선거는 1~3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2차는 23~24일, 3차는 30일 치러진다. 최종 당선자는 이달 말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 확정 공고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금산 공장 노조원들은 지난달 24일부터 2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원이 파업을 벌인 건 1962년 노조설립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파업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 가운데 전날 한국타이어 직원 300여명은 지난달 26일 사측이 휴업 조치를 내린 지 19일 만에 조업 재개에 나섰다. 앞서 사측은 파업 여파로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조업 재개를 요청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한 반면 비조합원이거나 기간제 노동자,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 등은 사측 요구에 응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