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전 세계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한 해였다. 글로벌 기업은 메타버스부터 전기차까지 메가 트렌드가 될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반도체), 네이버(인터넷), 현대자동차(전기차), LG화학(2차전지) 등이 대표 주자다. 주가를 통해 한국 기업의 상대적 성적표를 살펴봤다. 올해 국내 증시 침체로 네이버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패권은 미국 기업이 쥐고 있고, 2차전지 부문에선 중국이 두각을 나타냈다.

○메타버스·AI 탄 MS·엔비디아 반짝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넷·반도체·전기차·2차전지 분야에서 각국 대표주를 뽑아 수익률을 비교했다. 분야·국가별 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을 선정했고,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주가 등락폭을 조사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질주는 올해도 이어졌다. 미국과 한국의 인터넷 기업은 탄탄한 수익성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가 상승률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질주가 눈에 띈다. 올해 50.46% 오르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이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고, 메타버스를 위한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신성장동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진 결과다. 요즘 주가가 부진하지만 네이버도 32.48% 오르며 뒤쫓았다. 네이버페이·스마트스토어 급성장이 주가를 받쳤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가치 평가도 이뤄지며 기대치를 더 끌어올렸다.

반도체 기업 주가 성적은 산업의 미래를 선점한 순서대로였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에 특화된 반도체에서 영역을 확장하며 올해만 주가가 133.31% 올랐다. 엔비디아는 AI 기반의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를 발표했는데, 이 플랫폼이 메타버스 구현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급등으로 대만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넘겨줘야만 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 우려에 비교적 주가가 부진했다. TSMC는 올 들어 13.64%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4.2% 하락했다.

○전기차는 테슬라, 배터리는 CATL

전기차와 2차전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미국과 중국에 밀렸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테슬라는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잇따른 지분 매도에도 38.31% 오르며 선두를 지켰다. 반면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며 한때 제너럴모터스(GM)의 시총도 앞질렀던 니오는 판매 부진에 시달리며 올 들어 36.83% 떨어졌다. 전통차 업체들은 패러다임 전환을 외치며 부지런히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 제자리걸음을 했던 일본의 도요타는 뒤늦게 전기차 생산에 8조엔을 투자한다고 밝히는 등 전환에 시동을 걸며 33.12% 올랐다. 현대차는 패러다임 전환보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더 큰 관심이 쏠린 탓에 8.85% 상승에 그쳤다.

전기차 시장에선 미국에 승기를 내준 중국이지만, 배터리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은 올해만 주가가 84.84% 올랐다. CATL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삼원계(NCA) 배터리에 비해 운행 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CATL은 최근 LFP 배터리의 주행 가능 거리를 크게 끌어올렸고, 테슬라도 LFP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했다.

글로벌 2위 업체인 LG화학은 배터리 화재 문제뿐만 아니라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올해 주가가 14.93% 내렸다. 글로벌 3위 업체인 일본 파나소닉도 올해 2.56% 상승에 그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