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내년에도 상당기간 물가는 2%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공급 측 병목현상과 탄소이행과정에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올해보다 글로벌 공급망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국제유가, 원자재와 같은 공급측 요인이 가장 큰 기여를 했지만,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개인 서비스 물가, 주거비 등의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도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2.7%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1.6%)와 비교하면 대폭 오른 수준이다.

이 총재는 "인플레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임금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높은 오름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도 실제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물가가 계속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향후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물가 오름세는 글로벌 공급 요인이 이전보다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물가안정 효과가 과거보다 다소 제약될 순 있다"면서도 "금리인상 조치는 시차를 두고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완화로 작용, 2차 파급 효과를 제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화정책에 있어선 국내 상황에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내년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할 수 있으며, 테이퍼링 규모를 두 배로 늘려 내년 3월에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FOMC가 매파적으로 나오면서 수개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몇개월 사이 통화기조가 바뀌었다"면서도 "시장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은 별다른 변동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는 기준금리를 2번 먼저 올렸는데, 우리가 먼저 한발 움직이면서 국내 상황에 맞게 통화정책의 속도를 끌고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통화정책 정상화는 대외요인보다는 국내 요인에 맞춰서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연말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까지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지난 14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7850명으로 국내 코로나19 발병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1월2일까지 사적모임 인원을 4인으로 제한하고, 식당 및 카페 영업시간을 9시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총재는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부문 중심으로 연말 소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당초 성장 전망을 바꿀 정도의 큰 영향은 아니며, 내년 이후 소비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 하는 것은 정부의 방역조치가 어느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 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강화된 방역조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정부의 방역조치가 효과를 나타내면 성장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확산세가)장기화된다면 소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 전망이 유효할 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정상화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현재 저희들이 보는 경기흐름, 물가, 금융 안정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그 기조는 바뀐 게 없다"며 "1월이나 2월 1분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고 얘기했지만, 1월이나 2월로 미리 (금리인상 시기를) 정한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금통위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심화되고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지만, 영향을 곧바로 이렇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FOMC 결과도 변화 중 하나지만, 우리의 통화정책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