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깎는 예술, 身의 창조
쏙 들어간 뱃살, 단단한 팔뚝, 지침 없는 체력…. 더 강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다. 이런 욕망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 기원전 540년 레슬링 선수 밀로는 돌이나 송아지를 짊어지고 하체 근육을 길렀다. 강인한 하체 힘으로 그는 올림픽 5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19세기 들어 ‘현대 보디빌딩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유진 샌도가 바벨(역기), 덤벨 등 기구를 고안했다. 그때부터 근력 운동으로 ‘육체미’를 가꾼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후 영화배우로 친숙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보디빌더 스타’로 떠오르며 근력 운동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근력 운동은 건강을 뜻하는 ‘헬스(health)’로 불릴 만큼 친숙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있는 헬스장은 약 10만 개다. 코로나19 국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전문적으로 헬스를 즐긴다. 크고 단단한 근육을 길러내는 보디빌딩 방식의 운동은 물론 근력 강화를 위한 ‘파워리프팅 훈련’과 역도를 배우는 이도 많다. 20~30대 사이에서는 운동으로 몸을 가꿔 프로필 사진을 찍는 ‘보디프로필’이 유행한다.

친숙한 운동처럼 보여도 헬스에는 여러 과학 원리가 담겨 있다. 운동만 죽어라 했다가는 되레 몸을 망칠 수 있다. 운동·영양·휴식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만화가 허영만은 만화책 《식객》에서 보디빌딩 선수를 ‘도시의 수도승’으로 비유했다.

근력 운동은 때론 고통스럽고 지루하다. 축구나 농구처럼 다른 사람과 즐기는 스포츠도 아니고 승패를 가리지도 않는다. ‘단순노동’처럼 혼자 끙끙대며 쇳덩어리를 들거나 미는 것이 전부다. 운동 뒤엔 뻐근한 근육통이 찾아온다.

하지만 쇠를 밀고 당겨서 생긴 근육 속 상처가 아물면 이전보다 더 강하고 큰 근육이 생긴다. 인간이 그렇듯 근육도 상처를 통해 성장한다. 상처가 하나씩 쌓이다 보면 몇 달이 지나 달라진 몸을 발견한다.

해 바뀜을 앞둔 연말,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내년 여름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남짓. 이번엔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까. 이제 ‘쇠질’(근력 운동을 뜻하는 은어)을 하러 가야겠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