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5년째 희망고문 당하는 암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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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바이오헬스부 차장
![[데스크 칼럼] 5년째 희망고문 당하는 암환자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7.18470788.1.jpg)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만 쓸 때에 비해 폐암 4기 환자의 생존 기간을 두 배 늘려주고, 완치 가능성도 높여주는 ‘기적의 치료제’다. 킴리아는 모든 치료에 실패해 수명이 3~6개월 정도 남은 말기 거대미만성B세포림프종 환자 열 명 중 네 명의 몸에서 암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면서 ‘꿈의 항암제’란 별명을 얻었다.
날아가버린 '꿈의 항암제'
하지만 희망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약평위에서 두 치료제 모두 심사 대상에 못 올랐기 때문이다. “경제성평가 검토가 덜 됐다”는 게 이유였다. 어떤 환자는 울었고, 어떤 환자는 화를 냈다. MSD가 신청한 게 2017년 9월인데 아직도 검토하는 게 말이 되냐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암환자를 상대로 5년이나 ‘희망고문’하고 있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킴리아도 마찬가지다. 심평원 심사는 5개월 안에 끝내는 게 원칙이지만, 킴리아 관련 서류는 10개월이 다 되도록 심평원에 묶여 있다.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보 등재는 늦어지고, 건보 살림에 보탬이 된다. 안 그래도 ‘문재인 케어’ 등의 여파로 건보 적립금은 2017년 20조7733억원에서 지난해 말 17조4181억원으로 쪼그라든 터다. “심평원이 건보 재정 을 생각해 일부러 질질 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전무병 무전유병' 없애려면
현실적인 해법은 혁신 신약을 건보에 빨리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효과는 별로인데 값만 비싼 약까지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걸 깐깐하게 걸러내는 게 심평원의 존재 이유다.‘선등재-후평가’는 이런 점에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한시가 급한 중증환자용 치료제만이라도 먼저 건보 혜택을 준 뒤 나중에 비용효과 평가를 해 최종 건보 적용 약가를 정하고, 차액을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이래야 35%에 불과한 한국의 신약 접근성을 미국(87%) 독일(63%) 일본(51%)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넉 달 뒤 키트루다는 심사에서 미끄러졌다. 그즈음 폐암환우회 사이트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키트루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많은 국민이 좋은 신약 쓰기를 기다리다 죽어간다. 도대체 건보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