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출입은행의 수출보증 확대,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상한을 무역보험공사의 한 해 보험인수 금액 35%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대출과 보증을 합산한 총 지원 금액의 50% 이상을 보증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필요한 경우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대외채무보증은 국내 물품을 수입하는 외국인이 구매 대금을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을 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로, 수은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보증 확대를 요구해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채무보증 여력 확대는 해외 수주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은의 보증 확대를 놓고 산업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1992년 수출 보증 업무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기 위해 수은과 무보를 분리해 각각 대출과 보증 업무로 역할 분담을 했다는 점에서다. 무보도 무역보증을 전담해 온 무보의 기능이 약화돼 무역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으며, 무보의 수익 감소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기재부는 물가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산업부는 국제 유가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전기·가스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속된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인해 한국전력 등 발전공기업의 적자 구조가 심화되는 것도 걱정하고 있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도 17개월째 동결됐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지금의 낮은 요금 정책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전기·가스요금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