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 도입에 찬성한 것은 공공기관을 ‘노영(勞營)기관’으로 전락시킬 악수다. 윤 후보는 그제 한국노총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 합리화와 부실 방지에 도움될 것’이라며 도입 의사를 전했다. 또 어제 대한상공회의소에선 걱정하는 기업인들에게 “시대흐름이니 일단 시행해본 뒤 민간 적용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다독였다.

윤 후보는 ‘노동자 권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공공부문 노조의 이기주의와 ‘닥치고 투쟁’이 공공서비스 선진화를 가로막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인식이다. 공공기관 경영이 비효율적이고 부실한 이유는 노조 권한이 약해서가 아니다. 노조의 극한투쟁과 눈치보는 낙하산 경영진 탓이 크다. 여기에 노동이사제까지 허용된다면 경영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노조는 대놓고 주인처럼 행세할 것이고, 낙하산 경영진은 임기동안 말썽이 없도록 노조 비위 맞추기에 급급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노동이사제가 ‘시대흐름’이란 인식도 어불성설이다. 노동이사제는 한국처럼 주주자본주의를 하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법률로 정한 전례가 없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유럽 몇몇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노동이사제 종주국’이라는 독일에는 한국 이사회와 유사한 경영이사회 외에 감독이사회가 별도로 있고,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 참여할 뿐이다. 알리안츠·포르쉐·바스프 등 유수의 독일 기업들이 노동이사제를 포기할 만큼 기피 움직임도 뚜렷하다.

타임오프제는 찬성 이유조차 명확히 내놓지 않았다. “우려가 있지만 이제 타임오프제를 지원할 때가 됐다”는 게 전부다. 이 정부 5년 내내 노조의 막무가내 행태와 노사갈등이 더 심해졌는데 무슨 근거로 때가 됐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보다 조직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 노조 간부들에게 세금을 지원해야 할 합당한 이유를 윤 후보는 내놔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노동현안으로 꼽아온 윤 후보의 변심은 공감하기 힘들다. 노동개혁을 부르짖던 국민의힘도 노동이사제를 수용키로 했다고 한다. 표가 급해도 원칙마저 버릴 순 없다. 노동시장의 90% 비노조원을 희생양 삼아 10% 귀족노조가 잇속을 채우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말을 바꾸고 오락가락한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갈대처럼 왔다갔다 하는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