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의 아버지가 당부한 말이다. 이카로스는 미궁에서 탈출하기 위해 큰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인 인공날개를 달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러나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카로스가 이루지 못한 꿈을 과학자들이 드디어 해냈다. 미국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가 그제 태양 대기층에 도착했다. 2018년 8월 12일 지구를 떠난 지 990일 만이다. 파커 우주선은 현재 태양 대기층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 안에 진입했다. 지금껏 이렇게 가까이 다가간 탐사선은 없었다.

비행속도는 초속 163㎞, 시속 58만6000㎞다. 우주탐사 사상 최고 기록이며, 인류의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다. 탐사선 근처의 온도는 섭씨 166만 도. 태양 표면온도 5500도보다 300배 이상 뜨겁다. 그런데도 탐사선이 견딜 수 있는 것은 열을 전하는 입자들의 밀도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탐사선에 전해지는 열의 온도는 1400도 정도다.

이 또한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지만 두꺼운 탄소 단열재로 만든 방열판 덕분에 탐사선에 전해지는 온도는 30도 정도로 낮다. 여기에다 이온을 제거한 물로 만든 냉각제의 도움도 받는다. 이 덕분에 아무리 뜨거운 환경에서도 탐사선 온도를 10~120도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도 오랫동안 복사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태양과 금성 사이를 긴 타원궤도로 돌면서 열을 식힌다.

그동안 태양을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이 여러 차례 발사됐지만, 코로나 속으로 들어가 태양의 맨얼굴을 관찰한 건 처음이다. 파커 우주선은 태양풍 입자가 코로나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는 경계인 ‘알펜 포인트’를 가로질러 더 안쪽으로 접근할 전망이다. 이로써 지구에서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탐사선 명칭은 미국 과학자 유진 파커의 이름을 땄다. 올해 93세인 그는 평생 태양을 연구해 온 천체물리학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그에 대한 존경과 예우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전통을 깨고 살아 있는 인물 이름을 붙였다. 신화 속 이카로스가 실패한 도전을 생존 ‘태양 과학자’가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선 이런 과학자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