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기평가
평가의 계절이다. 회사에서는 그 평가에 따라 승진과 연봉이 결정된다. 평가가 공정하면 조직의 활력이 더욱 높아진다. 반면 불공정하면 조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공정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다.

예전에는 조직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는, 즉 수직적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에 따른 지식을 가진 선임자의 결정이 후임자의 그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평가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은 360도 평가, 즉 다면평가가 많이 활용된다. 조직의 아래위와 주변 동료가 서로 평가하는 기법이다. 왜 달라졌을까? 지금은 누구나 구글링을 통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와 같은 세대는 정보 취득에 대해 새로운 세대보다 우월하지 못하다. 또한 분석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경험적 지식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제한적이다. 전통적인 수직적 평가가 퇴색하는 이유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요구받는 환경에서 다면평가가 유행하는 이유다.

다면평가와 관련해서 간과되기 쉬운 것을 꼽자면 바로 자기평가다. 예를 들어 ‘소통을 잘하고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의사결정을 하는가?’라는 평가 항목을 생각해 보자. 윗사람, 주변 동료, 아랫사람에게 5점 척도로 점수를 주는 경우, 자기평가에서 4점을 주고 있는데 주변 동료는 2점, 아랫사람은 1점, 윗사람은 5점을 준다면? 이 예시는 본인은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랫사람과 주위 동료는 그렇게 보지 않으며, 윗사람에게만 소통하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평가는 자기평가 점수와 다면평가 점수가 일치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런 결과는 잘 나오지 않는다.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의 차이가 적으려면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입은 하나이지만 귀가 둘’인 이유다. 자기를 중심으로 놓고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기평가와 다면평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시로 두 가지 평가를 하면서 차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성찰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언제나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초심을 잃지 마라”는 것이었다. 수시로 자기 점검을 하고 궤도를 벗어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연말, 자기를 돌아보는 평가의 계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내년의 목표를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내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자기객관화를 통해 더욱 나은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