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촬영, 라붐 활동 병행
재계약 앞둔 상황 감정, 고스란히 느껴"
JTBC 'IDOL [아이돌 : The Coup]'(이하 '아이돌')는 아이돌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대중들의 사랑과 환호를 받는 소수의 인기 아이돌이 아닌, 데뷔 후 열심히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대다수의 이름 없는 아이돌을 대변하는 걸그룹 코튼캔디를 통해 청춘들의 열정, 열심히 했기에 사표를 던져도 아름답다고 응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룹 라붐의 비주얼 멤버로 꼽히는 솔빈은 '아이돌'에서 본명 안솔빈으로 현지를 연기했다. 현지는 코튼캔디의 메인 댄서이자 래퍼. 거침없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리더 제나(안희연)와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제나를 따르고, 의지하는 인물이다. 코튼캔디는 자작곡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먼저 주목받았던 제나를 비롯해 멤버 개개인의 역량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룹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회사에서는 더 잘나가는 보이그룹만 신경 썼고, 주변에서 '망돌'(망한 아이돌)이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현지는 그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감정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항상 신경질적이던 현지와 달리 아이돌 특유의 90도 인사를 선보였던 안솔빈은 "현지같은 아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벌써 매장당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라붐 활동과 '아이돌' 촬영이 겹쳐 초반엔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았고, 재밌게 마무리 했다"며 "아직도 내일이면 촬영장에 가야 할 거 같고, 떠들썩하고 밝은 분위기가 그립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아이돌' 오디션을 봤고, 올해 초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는 라붐의 재계약 시즌이기도 했다. 라붐 멤버들은 올해 3월부터 회사와 재계약 관련 논의를 나눴고, 올해 9월 리더였던 유정을 제외한 4인 체제로 팀을 재편해 인터파크 자회사 인터파크뮤직플러스와 재계약했다.
라붐은 5년 전 발매한 노래 '상상더하기'가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KBS 2TV '더 유닛'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이미 인정받았던 라붐 멤버들이었지만,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낸 건 '상상더하기' 역주행이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돌' 속 코튼캔디와 겹쳐보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안솔빈 역시 "연기하면서 여러 상황들이 많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재계약을 '하느니 마니' 하는 상황들이 저희와 비슷했어요. 한 치 앞을 모르고 그런 것들이 더 와닿았죠. 저희 회사(라붐의 소속사)가 일을 많이 해주기도 했지만, 계약이 끝나갈 땐 데뷔나, 한창 달릴 때보다는 덜 잡아주는데, 그 상황이 와닿더라고요. 1년 정도 기간이 남았을 때 새 노래 하나만 내 달라고 싸우고(웃음), 그런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상황의 대본이었죠."
그렇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실제로 '망한 아이돌'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나쁜 어른은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코튼캔디의 팬 캔디가 있듯 각자에겐 그들의 편, 그들의 팬이 있거든요. '아이돌'을 너무 쓸쓸한 드라마로 봐주시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드라마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막말을 하는 현지 같은 아이돌 역시 없다고 강조했다. 클럽 역시 "'아이돌' 촬영을 하면서 처음 가봤다"고 말했다.
"싱크로율로 보자면, 밝고 쾌활한 건 70% 정도, 트러블메이커 부분은 마이너스에 가까워요.(웃음) 술은 저도 좋아하는데, 접근법이 달라요. 저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을 좋아하지만, 현지는 본인의 스트레스를 풀려 술을 마시더라고요. 멤버들도 현지를 품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실제로 저런다면 팽 당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언니들에게 고함치고 그러지 않습니다. 하하" 제멋대로에 막무가내지만 현지를 마냥 미워할 수 없었던 건, 코튼캔디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막막하고 암담하기 때문. 안솔빈도 "사랑받고 싶고, 사랑이 고프고, 욕망이 컸던 만큼 허무함이 컸던 거 같다"고 현지를 이해했다.
그러면서 "연민의 마음으로 (현지에게) 다가갔다"며 "감싸주고 싶었고, 저와는 달랐지만 현지라면 그럴 수 있을 거 같았다"고 공감했다.
또 현지에 대해 "감정선이 뚜렷하고, 여과없는 캐릭터"라며 "지금까지 표현해보지 못했던 역할이라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며 "너무 매력적이지 않냐"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돌'에 앞서 안솔빈은 JTBC '솔로몬의 위증'을 시작으로 OCN '멜로홀릭', SBS '착한마녀전', SBS '편의점 샛별이' 등에서 활약하며 연기자로도 차근차근 이력을 쌓아왔다. 그럼에도 안솔빈은 "전 여전히 신인 같다"면서 겸손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매회 폭발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현지를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같은 장면을 카메라 구도를 달리해 여러번 찍는 촬영 시스템상 "감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눈물이 나오지 말아야 하는 장면인데 계속 쌓이다보니 울컥하거나, 말을 해야하는데 말이 안나올 때도 있었어요. 감정 소모가 심했죠. 그럴 때 주변에서 많이 도움을 줬어요. 리허설 때부터 감정이 올라와 오히려 촬영할 땐 정리될 때도 있었는데, (안)희연 언니 눈만 봐도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건 처음이라 색달랐고, 행복했고, 연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어 가요."
코튼캔디를 함께한 멤버들과의 실제 인연도 공개했다. 코튼캔디 멤버들은 실제 걸그룹 출신이라 더욱 이목을 사로잡았다. 정희연은 EXID에서 하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추소정 역시 우주소녀 엑시로 활동 중이다. 김지원은 시그니처에 소속돼 있다.
안솔빈은 "엑시 언니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 유대감이 굉장히 돈독하게 쌓여 있었다"며 "처음 오디션을 볼 때부터 연락을 하면서, '연락받았어?', '누가 왔어?' 이런 것들을 다 공유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정희연에 대해서는 "그룹 활동 기간이 겹쳤다"며 "지원이는 '더유닛'에 나가서 저희 (라붐) 멤버 언니들이랑 아는 사이였다"고 소개했다.
공통분모를 갖고 함께 작품 속에서 연기했기에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이어가며 "매년 여행이라도 가자"고 했다고. 돈독한 코튼캔디의 모습에 라붐 멤버들도 "넌 라붐 솔빈이냐, 코튼캔디 현지냐"면서 질투를 보였다는 게 안솔빈의 설명이었다. 코튼캔디는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아이돌'은 끝이 났지만, 라붐으로서도, 배우 안솔빈으로서 활동은 계속된다.
"라붐으로 꿈을 엄청 크게 꾸고 있어요. 해외도 가고, 1위도 하고, 코튼캔디와 다른 결말을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멤버들의 행복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또 올해 몰랐던 부분들을 알고, 성장하고, 더 단단해졌어요. 내년에는 이런 것들을 작품을 통해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