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왕" vs "논란 제조"…다양해진 아이돌 팬 소통 '흑과 백'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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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신비주의 깬 아이돌, 이제는 소통주의
SNS·팬 플랫폼 타고 직접 소통 '활발'
자유로운 분위기 속 논란 발생도 빈번
과몰입·성희롱 발언 등 아티스트 피해도
"팬들의 자정 노력·아티스트 책임감 필요"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신비주의 깬 아이돌, 이제는 소통주의
SNS·팬 플랫폼 타고 직접 소통 '활발'
자유로운 분위기 속 논란 발생도 빈번
과몰입·성희롱 발언 등 아티스트 피해도
"팬들의 자정 노력·아티스트 책임감 필요"
앞머리를 길게 내려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누가 볼세라 화장실도 마음 편히 가지 못했다는 1세대 아이돌 멤버들의 후일담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1990년~200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신비주의라는 틀 안에서 겪어야 했던 고충들이다.
'우상'이라는 뜻 그대로 수많은 대중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오랜 시간 신비주의를 고수해왔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 외 이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팬들이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신비주의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소통주의' 시대가 왔다. SNS를 비롯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 등 기술력을 토대로 팬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스타들이 발 벗고 각종 온라인 창구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인 휴대전화 금지령, 연애 금지령 등의 조건은 여전히 일정 수준 존재하지만 대중에 전해지던 모든 말과 글이 반드시 소속사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만 하던 시절은 갔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팀의 공식 계정 외에도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언제든 네이버 V라이브, 팬 플랫폼 등에 접속해 팬들과 대화한다.
과거 스타가 게시물을 올리거나 음성 메시지를 남기던 일방적 소통 방식에서 나아가 이제는 1:1 형태로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쌍방향 서비스가 정착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응원하는 가수로부터 직접 메시지를 받는다는 콘셉트가 사적 친밀감을 높이는 듯한 느낌을 줘 팬덤 활동의 필수품이 됐다.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맨 처음 시도한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는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지난달 1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 13일 SM의 시가총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현재는 시총 1조 6483억 원으로 SM(1조 6952억 원)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고 있는 팬 플랫폼 유니버스도 약 30여팀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출석률이 높은 스타들이 단연 인기다. 메시지를 보내는 빈도가 잦거나 재치 있는 메시지를 보내며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멤버가 '소통왕'으로 꼽히고 이는 곧 호감도로 연결된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할 수 있는 네이버 V라이브는 스타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인기를 얻은 소통 창구다. 스타들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라이브 방송을 켜 팬들의 채팅을 읽으며 대화할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가깝게 팬과 소통하는 나라는 없다. K팝의 특화상품이자 K팝이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라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서 다른 어느 때보다도 영향력이나 효과가 크다고 본다. 당분간 이에 맞춘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고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다만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 아티스트 자율성이 커지다 보니, 각종 논란도 더 쉽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NCT가 유튜브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제주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가 오자 새 앨범 수록곡인 'Earthquake(지진)'을 부르며 장난을 쳐 뭇매를 맞았다.
그룹 SF9 영빈은 V라이브로 팬들과 대화하던 중 "백신을 맞으면 아프다고 해서 안 맞았다. 사실 난 백신을 안 맞아도 코로나에 안 걸릴 것 같다"고 발언해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엔하이픈 정원은 수능날 V라이브를 통해 "내일 팬미팅에 오는 팬들은 수능을 잘 보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라이브도 기획안에 맞춰 대략적인 스크립트를 짜 진행하긴 하지만 참고용일 뿐이라 정제되어 송출되는 기존 미디어와 달리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연차가 높은 아티스트는 아예 자율에 맡기는 경우도 많다"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말투나 행동 등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자유로운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아티스트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는 최근 팬 메시지 중단 의사를 밝히며 "팬들이랑 편하게 소통하는 연결고리라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의도와는 다르게 과몰입해서 일상이 불가한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 모 아티스트와 대화를 하던 한 서비스 이용자가 성희롱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아티스트와 팬덤 간 소통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변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것.
김 평론가는 "이럴 때일수록 팬들의 자발적인 정화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논란을 일으켜 퍼트리는 등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때가 많다. 스타와 기획사가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진실을 정화시켜주는 팬 활동이 중요해진 셈"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매니지먼트는 상황에 맞게 아티스트 멘탈 트레이닝 및 케어에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팬 소통 과정에서 아티스트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K팝이 주류가 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기에 책임감을 보다 무겁게 가져야 한다. 문화·사회·국제 등 다방면으로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예전에는 개인의 삶과 활동이 분리됐지만 갈수록 일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매니지먼트의 근본적인 철학이나 정신이 잘 자리매김해야 한다. 진정성을 토대로 원칙을 잘 지켜온 아티스트와 기획사일수록 혼란스럽고 복잡한 팬덤 환경에서 활동을 매끄럽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우상'이라는 뜻 그대로 수많은 대중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오랜 시간 신비주의를 고수해왔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 외 이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팬들이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신비주의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소통주의' 시대가 왔다. SNS를 비롯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 등 기술력을 토대로 팬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스타들이 발 벗고 각종 온라인 창구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인 휴대전화 금지령, 연애 금지령 등의 조건은 여전히 일정 수준 존재하지만 대중에 전해지던 모든 말과 글이 반드시 소속사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만 하던 시절은 갔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팀의 공식 계정 외에도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언제든 네이버 V라이브, 팬 플랫폼 등에 접속해 팬들과 대화한다.
과거 스타가 게시물을 올리거나 음성 메시지를 남기던 일방적 소통 방식에서 나아가 이제는 1:1 형태로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쌍방향 서비스가 정착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응원하는 가수로부터 직접 메시지를 받는다는 콘셉트가 사적 친밀감을 높이는 듯한 느낌을 줘 팬덤 활동의 필수품이 됐다.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맨 처음 시도한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는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지난달 1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 13일 SM의 시가총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현재는 시총 1조 6483억 원으로 SM(1조 6952억 원)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고 있는 팬 플랫폼 유니버스도 약 30여팀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출석률이 높은 스타들이 단연 인기다. 메시지를 보내는 빈도가 잦거나 재치 있는 메시지를 보내며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멤버가 '소통왕'으로 꼽히고 이는 곧 호감도로 연결된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할 수 있는 네이버 V라이브는 스타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인기를 얻은 소통 창구다. 스타들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라이브 방송을 켜 팬들의 채팅을 읽으며 대화할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가깝게 팬과 소통하는 나라는 없다. K팝의 특화상품이자 K팝이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라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서 다른 어느 때보다도 영향력이나 효과가 크다고 본다. 당분간 이에 맞춘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고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다만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 아티스트 자율성이 커지다 보니, 각종 논란도 더 쉽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NCT가 유튜브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제주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가 오자 새 앨범 수록곡인 'Earthquake(지진)'을 부르며 장난을 쳐 뭇매를 맞았다.
그룹 SF9 영빈은 V라이브로 팬들과 대화하던 중 "백신을 맞으면 아프다고 해서 안 맞았다. 사실 난 백신을 안 맞아도 코로나에 안 걸릴 것 같다"고 발언해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엔하이픈 정원은 수능날 V라이브를 통해 "내일 팬미팅에 오는 팬들은 수능을 잘 보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라이브도 기획안에 맞춰 대략적인 스크립트를 짜 진행하긴 하지만 참고용일 뿐이라 정제되어 송출되는 기존 미디어와 달리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연차가 높은 아티스트는 아예 자율에 맡기는 경우도 많다"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말투나 행동 등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자유로운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아티스트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는 최근 팬 메시지 중단 의사를 밝히며 "팬들이랑 편하게 소통하는 연결고리라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의도와는 다르게 과몰입해서 일상이 불가한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 모 아티스트와 대화를 하던 한 서비스 이용자가 성희롱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아티스트와 팬덤 간 소통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변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것.
김 평론가는 "이럴 때일수록 팬들의 자발적인 정화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논란을 일으켜 퍼트리는 등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때가 많다. 스타와 기획사가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진실을 정화시켜주는 팬 활동이 중요해진 셈"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매니지먼트는 상황에 맞게 아티스트 멘탈 트레이닝 및 케어에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팬 소통 과정에서 아티스트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K팝이 주류가 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기에 책임감을 보다 무겁게 가져야 한다. 문화·사회·국제 등 다방면으로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예전에는 개인의 삶과 활동이 분리됐지만 갈수록 일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매니지먼트의 근본적인 철학이나 정신이 잘 자리매김해야 한다. 진정성을 토대로 원칙을 잘 지켜온 아티스트와 기획사일수록 혼란스럽고 복잡한 팬덤 환경에서 활동을 매끄럽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