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반중(反中) 성향 매체 빈과일보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서 같은 모기업을 둔 대만 빈과일보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홍콩 법원이 빈과일보 모기업 홍콩 넥스트디지털에 대해 청산 결정을 내리면서 자회사인 대만 빈과일보가 보유한 개인정보와 자료 등 방대한 정보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 빈과일보, 홍콩 모기업 청산에 불똥?…"불확실성 커져"
17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74)의 전 비서 마크 사이먼 변호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에 이어 대만 빈과일보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먼은 그러면서 대만 빈과일보를 900만~1천만 달러(약 118억5천만원)에 인수 의향을 밝힌 4곳의 인수 희망자와 접촉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홍콩 고등법원이 지난 15일 홍콩 빈과일보의 모기업 넥스트디지털의 청산 결정을 내리면서 대만 빈과일보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사이먼은 홍콩 법원의 청산 결정과 관련해 중국이 대만 빈과일보의 문을 닫게 하려는 생각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넥스트디지털과 홍콩 빈과일보의 청산 업무를 맡았던 글로벌 회계 법인 언스트앤영(EY)이 철수한 것은 폴 찬(陳茂波) 홍콩 재정사장(경제부총리 격)의 지시대로 업무를 볼 수 없어 손을 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의 린줘린(林卓麟) 변호사는 홍콩 고등법원의 청산 결정에 따라 "대만 빈과일보 관련 사항은 법원이 위임하는 임시 청산자가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온라인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이 전했다.

대만의 시민단체 경제민주연합과 대만언론인협회 등은 대만 빈과일보와 대만 주간지 '넥스트 매거진'(이저우칸·壹週刊)이 보유한 방대한 개인 정보 및 자료가 홍콩 공산당에 넘어가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을 주무기관인 문화부에 촉구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에 대해 개인 자료는 법률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기회를 틈타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검은 손이 대만에 뻗치면 관계기관이 법에 따른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대만 연합보는 지난 4일 외신과 소식통 등을 인용해 대만 빈과일보가 이달 말 안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회사 노조 측이 부인한 바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빈과일보는 1989년 6월 4일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에 충격을 받은 중국 출신 사업가 라이 지미가 1995년 창간한 홍콩 유일의 반중 일간지로 중국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펼쳤지만 홍콩보안법의 벽을 넘지 못하고 26년만인 지난 6월 24일 폐간됐다.

대만 빈과일보는 홍콩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이 2003년 5월 2일 대만에서 창간했으나 모회사의 사정으로 18년만인 지난 5월 18일 지면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 매체로 돌아섰다.

신문은 홍콩 빈과일보와 현지 정부의 마찰로 지미 라이가 대만 빈과일보의 운영 적자 등을 보전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 전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