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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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촉법소년이라 처벌 안 받아요"

촉법소년들의 일탈 행위가 날로 대범해지고 있다. 일탈을 넘어선 치밀하고 고의적인 범죄 행위도 여럿 포착되면서 처벌 강화에 대한 시민들의 언성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이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중학생 11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안타까운 청원이 올라왔다.

파주에서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딸이 입고 나갔던 옷이 옷장 밑에 구겨져 있어 옷을 걸으려고 들었는데 피범벅 상태였다. 옷에 피가 왜 묻었냐고 하자 친구들과 다퉜는데 코피가 묻었다고 하더라. 옷을 욕조에 담가놓고 뭔가 이상한 기분에 마스크를 내려보라고 했더니 충혈돼 있던 눈 밑으로 아이 얼굴은 처참한 상태였다"고 했다.

이어 "아이에게 물었더니 집으로 오는 길에 언니, 오빠가 때렸다고 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신속히 와준 경찰분들이 상황을 듣고 아이부터 병원에 빨리 데려가 보라고 해서 응급실에 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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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에 따르면 폭행당한 아이는 과거 해당 중학생들과 시비가 걸린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다시 마주치자 옷을 벗기려는 등 폭행을 했다는 것. A 씨는 "촉법을 알고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집단폭행을 가한 아이들이 벌을 받지 않는다면 2차, 3차 또다시 피해 학생들이 나타날 텐데 이런 극악무도한 폭행이 저희 아이에게서 끝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면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10일에는 미성년자들이 무인모텔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객실 내 비품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됐다. 이들은 "우리는 촉법소년 법으로 보호받으니 죽이고 싶으면 죽여 보라"며 적반하장 식 태도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에서 무인모텔을 운영하는 B 씨는 "최근 미성년자들이 자판기를 통해 결제해서 객실에 입실했다"며 "이전에 입실 시도가 있었던 아이들이라, 미성년자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B 씨는 "입실한 사실을 확인한 후에 객실에 들어가 보니 술을 마신 것은 물론이고 침구와 매트리스를 담뱃불로 지져놓고 창문과 입구 손잡이도 파손했다"며 "경찰 출동 후 고성이 발생해 기존 고객분들에게 (객실료를) 환불해드린 것까지 포함해 총 420만 원가량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도착하기 전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자 '우리는 미성년자이고 촉법소년 법으로 보호받으니 죽이고 싶으면 죽여 보라'고 대들었다"며 "사건 당일 아이의 부모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거의 따지듯 묻길래 변호사를 통해 고소할 것이고 필요 시 감정사를 동원해 파손된 물건 감정까지 할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투숙객 5명 가운데 4명은 2006년생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전 결과가 나왔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경찰은 "소년 4명을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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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미성년자는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세 가지로 나뉜다. 범죄소년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성인과 동일한 형사처벌을 받는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3만9694명의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절도(2만1198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폭력(8984건), 강간·추행(1914건), 방화(204건), 기타(7344건) 등 순이었다. 2020년에는 살인 범죄도 무려 8차례나 발생했다.

해묵은 과제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인하에 대한 유의미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행안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변화된 사회 환경에 맞춰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소년분류심사원 등 재비행 방지 기구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소년범죄에 대한 시의적절한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처벌이 능사가 아닌 만큼 교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어 조속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제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됐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다.

김용판 의원은 "처벌이 아니라 교화에 초점을 맞추는 촉법소년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까지 나이가 면벌부 되는 것은 형사 정의에 부적합하다"며 "촉법소년 중에도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과 교화의 대상이 구분될 수 있는 법 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