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한국은 필수 파트너", 최종문 "동맹으로 충실히 함께할 것"
공급망 재편·5G 수출통제 등 협력 강화…'중국 견제' 성격에도 회의서 언급 없어
美 "한국, 반도체망 할 일 많아"·韓 "기여 모색"…경제협의회(종합2보)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17일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관련, "한국이 훨씬 더 할 일이 많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은 반도체가 일상생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파트너이자 리더라는 점에 이목을 집중시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자와 고품질의 투명한 투자법률 등을 갖췄다며 한국과의 협력이 엄청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우리는 외교정책을 미국 노동자들의 필요와 연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무역 및 투자를 통해 좋은 일자리와 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의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촉구하는 등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해왔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는 포괄적(umbrella) 이니셔티브로 보인다"며 한미 투자 및 수출 통제, 청정 에너지 이니셔티브, 글로벌 메탄 서약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 될 것으로 봤다.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는 인태 지역 동맹국 및 우호국과 협력해 공급망과 인프라,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자는 개념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처음 제시했다.

최 차관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충실하게 함께하고 우리가 기여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 같은 이니셔티브의 성공에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와 업계와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오찬까지 3시간 30분간 이어진 회의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재편과 인프라 건설, 백신·보건 협력 등이 두루 논의됐다.

한미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등의 분야에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과 연대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려 하고 있다.

제3국에 대한 인프라 공동투자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정해 이행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나 중앙아메리카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

또 5세대 이동통신(5G)과 차세대 이동통신(6G), 양자, 바이오 등 핵심 신흥기술에 있어 협력을 강화하고 이런 기술의 수출 통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아울러 1976년 체결돼 1999년 개정됐던 한미과학기술협정도 최근 동향을 반영해 내년 초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이날 논의된 의제의 상당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항들이지만, 회의에서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회의에는 한국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질병청 관계자 등이 온라인으로 참석했으며, 미국 측에서도 국무부 소속 경제 파트와 에너지부, 상무부, 보건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일본을 거쳐 지난 15일 입국한 페르난데스 차관은 방한 기간 SED 참석 외에 윤태식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과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회동하는 한편 두산중공업과 SK에코플랜트,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임원들과 만나 미국 현지 투자현황과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