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나는 하루였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전환을 사흘째 소화하는 가운데 쿼드러플 위칭 데이까지 겹치면서 주요 지수가 요동쳤습니다.


오전 9시 반 다우 지수는 0.5%, 나스닥은 1%가량 하락한 가운데 거래는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오후 4시 다우는 1.48% 하락했고 나스닥은 0.07% 약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기술주가 오르면서 두 지수 간에 희비가 엇갈린 겁니다. S&P500 지수는 1.03% 내렸습니다.
장 초반 기술주가 반등했습니다. 전날 4%가량 내린 애플이 또다시 장 초반 하락하자 '바이 더 딥'(Buy The Dip) 저가매수가 몰려들었습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밈'주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스톱이 장 초반 17% 치솟는 등 AMC 배드베쓰앤드비욘드 블랙베리 등이 모두 급등했습니다. 테슬라와 함께 이들 주식은 모두 개별주식 옵션 매매가 많았던 주식입니다. 옵션 만기로 인한 영향이 컸다는 뜻입니다.
기술주의 상승세는 끝까지 지속하지는 못했습니다. 애플은 0.65% 내림세로 마감했고 알파벳 1.88%, 마이크로소프트 0.34% 내렸습니다. 테슬라는 0.65% 상승세를 유지했지요. 또 아크인베스트 관련주들고 강세를 지켰습니다.

지난달까지는 하루는 기술주, 하루는 가치주 이렇게 돌아가면서 강세를 보였는데 이제는 주도주가 오전, 오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날 금융, 에너지, 산업 등 경기민감주들도 모두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헬스케어도 내렸습니다. S&P500 지수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에 아직 Fed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못한 탓"이라고 풀이했습니다. Fed가 FOMC 결과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언제부터,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릴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립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내년 3월을 내다보지만, JP모간은 6월에 올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날 장 초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급락해 연 1.37%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는 2년물도 연 0.59%대로 내려왔습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채권 시장은 Fed의 역사적인 매파적 전환이 허풍이라고 부른다(Rates Market Calls Fed’s Bluff After Historical Hawkish Pivot)는 기사를 썼습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Fed의 금리 인상이 경기를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몇 번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겁니다.

찰스 슈왑도 Fed의 전환에도 시장 금리가 내려가는 현상에 대해 세 가지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Fed가 긴축하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 (국채 인플레이션 브레이크이븐이 10월 초를 정점으로 Fed의 장기 목표와 일치하는 약 2.2%로 하락했다)

Fed의 채권 매입은 여전히 시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금리 상승을 지연시키고 있다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내년 3월까지는 채권 매입이 이어진다)

선진국 장기 금리는 크게 오르기 어렵다는 전망 (세계 인구가 고령화되고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성장 잠재력은 낮아지고,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는 강하다)



















이날 Fed의 여러 인사가 발언에 나섰습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은 건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였습
니다. 월러는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3월) 자산매입이 끝난 직후에 정당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내년 3월 FOMC를 '(금리 인상 옵션이 살아있는) 라이브 미팅'이라고 칭했습니다. 경제는 살아나고 있고 Fed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는 또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서는 "여름께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첫 번째나 두 번째 FOMC 회의에서 만기를 맞은 채권이 회수해 대규모 대차대조표 감축을 시작하는 데 찬성한다는 겁니다. 그는 "제 생각은 자산 감축을 여름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름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한다면 (금리 인상)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렇게 많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Fed는 지난 금리 인상 주기에서 2014년 테이퍼링을 끝내고 2015년 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며, 2017년 하반기 자산 축소에 나섰습니다. 당시 테이퍼링 종료부터 3년 가까이 지나 자산 감축에 들어갔으나 이를 훨씬 앞당기겠다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 "Fed 인사들의 발언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매파적으로 나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계속 더 올라갈 수 있어서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월러 이사의 '강력한' 발언이 알려진 오후 1시 국채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2년물은 0.666%까지 올랐고, 10년물은 1.435%까지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잠깐이었습니다. 2년물은 전날보다 2.9bp 오른 0.638%로 마감됐지만, 10년물은 여전히 전날보다 0.5bp 낮은 1.412%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불확실한 건 Fed에 대한 시각뿐만이 아닙니다. 오미크론 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이자는 이날 코로나 사태가 2024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카엘 돌스텐 최고과학책임자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곳도 있겠지만, 일부 지역에선 앞으로 1, 2년간 대유행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2024년께에나 엔데믹(토착병)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뉴욕의 하루 감염자는 2만1000명을 넘었습니다.

Fed의 전환에 오미크론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고평가 기술주, 소형주 등은 급락했습니다. 나스닥은 여전히 올해 들어 20%가량 올랐지만, 중앙값 주식은 고점 대비 40% 하락한 상태입니다. 그만큼 시장의 폭은 매우 좁습니다. 몇몇 대형주만 이끌어가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이날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퀀트 헤드는 이날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대규모 숏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시장이 급등할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그는 "지난 4주 동안 소형주와 가치주들이 조정을 받았다. 하이베타(전체 시장보다 변동성이 큰 주식) 주식은 약 30% 매도되어 약세장에 진입했다. 미국 주식은 평균적으로 고점에서 28% 하락했으며 중형주는 21% 내렸다. 반면 시장은 여전히 올해 초부터 22% 상승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는 지난 4주간 작고 변동성이 큰 주식들이 역사적으로 심각하게 과매도 되었다는 것을 가리킨다"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과매도가 오미크론 변이, Fed의 전환과 연관되었지만, 실제 대부분의 매도는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와 위험 제거(de-risking)에서 나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공매도가 성공하면서 포지셔닝, 유동성, 매도의 증폭 등 세 가지가 잘 맞아 들어가야 한다"라며 "지금으로선 연말 연초에 숏스퀴즈와 경기순환적 랠리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포지셔닝 측면을 보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비 중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모멘텀을 쫓는 CTA펀드는 이미 소형주 등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이 꽉 찼다는 겁니다. 그는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이 계절적으로 강한 1월 말 전에 청산되어야 하며 이는 소형주, 가치주 등의 랠리를 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공매도 포지션을 여는 것보다 닫는 것에 대한 시장 영향이 더 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오미크론이 지배적 변이가 되면서 팬데믹 시대가 끝나갈 것으로 봤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휩쓸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지난 1월 정점 때보다 95%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증거로 들었습니다.

과연 연말 반등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랠리가 발생한다면 주도주는 무엇이 될까요?

UBS는 Fed의 결정에도 "미국 주식에 대한 강세장 전망을 바꾸지 않겠다. 2022년 연말 S&P 500 목표주가인 5,100을 고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긴축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0에 가깝고 금융여건은 매우 완화적이라는 겁니다. UBS는 "내년에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이 기업 이익의 성장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역사적으로 주식은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후 상승했지만, 상승 속도는 금리 인상 속도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발언은 Fed가 긴축을 시작하더라도 미국의 성장이 2022년에도 추세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우리 견해와 일치한다. 이는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하고 미국 주식에서는 가치주와 중형주를 선호하는 우리의 시각을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달러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정책을 기반으로 추정할 경우 향후 몇 달 동안 추가적인 완만한 강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신흥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LPL파이낸셜리서치는 지난 60년 동안 Fed의 금리 인상 주기 초기에 12개월간은 모든 사례에서 주가가 상승했고, 평균 11.5%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Fed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때는 그만큼 경기가 좋을 때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면서 금리 인상 직전 6개월 동안 가장 많이 올랐던 부분은 소재, 산업, 에너지 등 경기순환주들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기술주와 텔레콤, 헬스케어,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들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LPL리서치는 "이번에도 코로나 변이 물결이 걷힌다면 경제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면서 가치주가 다시 뛰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술주는 어떨까요?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타격을 받는 게 통상적입니다. 지금 현재 이익을 많이 내는 주식이 아니라, 미래 성장성이 큰 주식이니까요. 어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고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월가의 주식정보회사인 바이탈 날리지는 "지난 15일 Fed의 발표가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덜 매파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날 기술주가 급등했던 건 마라톤 경주에서 처음 1마일을 뛰고 나서 축하하기 위해 멈추는 것과 같았다. 고평가 기술주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Fed의 기존 부양책을 되돌리는 절차는 이제 겨우 시작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이날 '바이 더 딥'에 대해서도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지난 1년 반 이상 동안 수익성이 입증된 공격적 '바이 더 딥' 사고방식은 현재 후퇴하고 있는 경기 부양의 물결로 인해 약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