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학생 300만원·학부모 50만원씩 지급 판결
은혜초 이사장, 형사재판도 유죄판결…"독단적 폐교로 학생들 충격"
'무단폐교' 은혜초 2심도 패소…법원 "학생들에 배상해야"
2018년 일방적으로 문을 닫은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법인과 이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이겼다.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혜초 이사장도 최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민사·형사 재판에서 모두 폐교 강행 과정의 잘못이 인정되고 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설범식 이준영 박원철 부장판사)는 은혜초 학생과 학부모 등 182명이 은혜학원과 이사장 김모(61)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은혜학원과 이사장이 학생 1인당 300만원, 학부모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은혜학원은 2017년 12월 이사회에서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이듬해 2월부터 은혜초등학교를 폐교하기로 했다.

이후 법인은 서울시교육청에 폐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해 반려됐지만, 교육청 회신이 오기도 전에 학부모들에게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교육청의 폐교 권고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폐교 결정을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폐교 결정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했지만, 이에 은혜초는 2018년 3월 개학한 뒤에도 담임 교사를 배정하지 않는 등 학사행정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은혜초는 같은 해 폐교됐다.

결국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2018년 4월 "의견 수렴이나 유예 기간도 없이 기습적으로 폐교를 통보해 피해를 봤다"며 법인과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은혜학원은 "재정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1심은 법인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결정해 통보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고려한 대책도 없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은혜학원과 이사장은 "사립학교 이사장은 관련 법규에 의해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 폐교 결정에 어떤 원인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또 "원고들은 학교를 선택할 충분한 여유를 갖지 못했을 뿐인데 침해된 권리에 비해 배상액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비록 사립학교법상 여러 제한이 존재하지만, 학교법인 이사장이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사장이 폐교 결정에 책임이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재학생들의 전학 과정은 갑작스러운 폐교 통보를 통해 이뤄졌고, 피고들은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적절한 대책을 제공하지도 않았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했다"며 "1심이 정한 위자료 액수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상준 부장판사)는 최근 초중등교육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교법인 은혜학원 이사장 김모(61)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폐교 결정 당시 서부교육지원청은 폐교인가 신청을 반려하며 '학생 전출 독려 등 학생·학부모 동요 행위를 금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김씨는 학부모들에게 '잔류 시 수업료가 한 학기에 최대 800여만원에 달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등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도록 해 사실상 전출을 종용'하며 폐교를 밀어붙인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독단적으로 폐교를 추진해 관계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을 야기했고,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이 받은 충격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은혜초가 폐교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김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김씨는 형사재판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