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는 살구색 상의를 입고 나왔다. 상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선데이 레드’보다 옅어진 상의 색깔처럼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예전만 못했다. 힘껏 휘두른 1번홀(파4) 티샷도 우측으로 살짝 휘어 약 260야드 지점에서 멈췄다. 카트를 타고 경기한 우즈는 경기 후반부엔 다리가 불편한 듯 얼굴을 찡그리곤 했다. 그와 함께 경기한 아들 찰리가 몇몇 홀에서 아버지 공을 대신 줍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즈의 플레이에는 여전히 ‘붉은빛’이 돌았다. 클래스는 영원했다. 우즈는 3번홀(파5)에서 23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을 홀 약 5m 거리에 붙였다. 14번홀(파5)에선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216야드 17번홀(파3)에선 7번 아이언을 들고 티샷해 공을 그린 위에 올렸다. 이 장면들에 대해 우즈는 “오늘 만족한 세 번의 샷이었다”고 했다. 특히 17번홀에 대해선 전성기 때인 2000년에 견줘 이야기하며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순 없겠지만 예전의 ‘손맛’을 느꼈고 매우 만족했다. 당시 샷의 느낌이 떠올랐다”고 했다.

교통사고 후 10개월 만에 돌아온 우즈가 복귀전에서 희망의 샷을 쏘아 올렸다. 우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턴GC(파72)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 1라운드에서 아들 찰리와 함께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기록해 10언더파 62타를 쳤다. 이 대회는 메이저대회 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가 가족과 2인 1조로 경기한다. 우즈 부자(父子)는 출전한 20개 팀 가운데 공동 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우즈는 아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드라이버를 치고 퍼트를 넣어 줄 찰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 대회는 우즈가 지난 2월 전복 사고를 낸 뒤 처음 출전한 무대였다. 공식 대회로는 지난해 11월 마스터스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우즈는 다리를 절단할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크게 다쳤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다시 일어섰다.

우즈는 이날 11번홀(파4)에선 같은 조에서 경기한 저스틴 토머스(28·미국)보다 티샷을 멀리 보내기도 했다. 토머스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던 우즈와 눈이 마주쳤는데 미소를 짓더라”며 “(다리를 다친 우즈가) 나보다 멀리 보냈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우즈는 “아직 (내가 원하는) 골프를 할 수 있는 몸은 아니다”며 “카트를 이용했음에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못해 조금 피곤하다”고 했다.

대회 첫날 ‘팀 싱크’가 13언더파 59타를 쳐 1위로 출발했다. 2009년 디오픈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48·미국)가 아들 레이건과 호흡을 맞췄다. 존 댈리(55·미국)와 토머스 팀은 나란히 12언더파 60타 공동 2위에 올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