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외계인의 DNA를 지니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 해설위원 노타 비게이 3세는 오랜 친구의 스윙을 본 뒤 이같이 말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턴GC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우즈의 스윙을 목격한 뒤였다. 그는 이날 11번홀(파4)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장타자 중 한 명인 저스틴 토머스(28·미국)보다 티샷을 멀리 보냈다. 미국 ESPN에 따르면 우즈는 전날 열린 프로암 11번홀에서 티샷으로 320야드(약 292.6m)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게이는 “우즈가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 감정적으로도 회복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며 “스포츠 역사에서 (우즈처럼 빨리 회복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교통사고 후 10개월 만에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우즈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회복 속도에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나상현 SBS 해설위원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추후 회복했을 때) 퍼포먼스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희망적으로 봤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불편한 다리로도 스윙 스피드가 어느 정도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도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아이언 샷 거리나 웨지 샷 거리에선 예전처럼 아주 부드러운 스윙을 뽐냈다”며 “퍼팅 등 쇼트게임은 실전 감각을 다시 쌓으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했다.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즈의 말처럼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몇몇 잘 맞은 샷을 제외하면 우즈의 티샷은 ‘투어 레벨’과 거리가 멀었다. 우즈는 이날 세 차례나 티샷을 코스 밖으로 보냈다. ESPN은 “잘 맞은 샷도 있었지만 우즈는 전반적으로 280야드 안팎의 티샷을 했다”고 했다.

박 위원은 “크게 다친 오른 다리 때문인지 다치기 전보다 스탠스가 발 하나 크기 정도는 좁아졌다.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 전환 시점에서 물 흐르듯 나오는 특유의 폭발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또 그는 “임팩트 때 오른발 뒤꿈치가 거의 땅에 붙어 있다”며 “지면을 디디며 나오는 예전과 같은 힘은 아직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나 위원은 “(하체에 힘이 부족해서인지) 팔의 ‘릴리즈’ 동작을 조금 더 빨리하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예전보다 몸의 회전력이 줄어든 듯하다. 컨디션이 100% 아닌 만큼 차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장활영 JTBC 해설위원도 “아무래도 오른 다리가 아프다 보니 다운스윙 때 많은 힘을 싣지 못한다”며 “그래도 (크게 다친 것을 고려하면) 이 정도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우즈 역시 경기 뒤 자신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우즈는 “예전만큼 파워풀한 스윙을 하지 못했다. 아직 (스윙) 스피드가 나오지 않고 예전처럼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며 “아직은 예전과 같은 스피드를 낼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