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먹물 테러를 벌인 20대 남성은 피해자 중 1명이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나오자 A씨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스타킹을 챙겨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킹 먹물 테러를 벌인 20대 남성은 피해자 중 1명이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나오자 A씨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스타킹을 챙겨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킹을 신은 여성만 골라 먹물을 뿌리는 이른바 '스타킹 먹물 테러범'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해당 범죄는 그동안 스타킹 훼손(재물손괴)이라는 경미한 처벌에 그쳤지만 이번 재판부는 "성적 목적이 뚜렷하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전경세 판사)는 강제추행, 재물손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성적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5월17일 저녁 10시께 서울 중랑구 한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 2명에게 검은색 잉크를 뿌렸다. 피해자 중 1명이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나오자 A씨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스타킹을 챙겨 나왔다.

그는 과거에도 치마를 입은 여성들에게 먹물을 뿌려 벌금형과 징역 4개월 등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18년 9월 출소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지난 3월 서울 광진구 한 지하철역 출구에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여성 뒤로 다가가 강제추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스타킹 먹물 테러 같은 행위는 대부분 성적 목적에 따른 범행이지만, 현행법상 성범죄로 처벌할 조항이 없어 스타킹 훼손에 따른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데 머물러왔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손괴된 재물(스타킹)의 가액은 경미하지만 A씨가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스타킹을 신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 재물손괴죄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 및 정신적 충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이 같은 범행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 특히, A씨는 누범기간에 자숙하지 않고 이번 범행을 저질렀고,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어 재범 위험성도 상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