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야 유력 후보들 모두 가족 의혹이란 지뢰밭에서 허우적댄다. 정책과 비전 대결은 뒷전인 채 후보들은 사과와 해명에 바쁘고, 제 눈의 들보는 못 본 체하며 상대 공격에만 혈안이다. 대선이 막장, 내로남불로 치달으면서 후보 비호감도는 더욱 높아졌고, ‘다 싫다’는 부동층이 늘 수밖에 없는 딱한 실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본인부터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장남 불법도박 의혹까지 터져 연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수원여대 등에서 시간강사 또는 겸임교수 지원 시 학력과 경력, 수상 내용을 과장 또는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두 후보가 강조해 온 정의와 공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점에서 국민 눈에는 누가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똑같은 허물로 비친다. 그런데도 여야는 상대 후보의 흠집을 하나라도 더 들춰내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대선이 80일가량 남은 시점에선 상대에 대한 검증공세를 펴더라도 주된 경쟁은 치열한 정책공약 대결에서 벌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차악(次惡) 후보’를 뽑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게다가 내놓은 공약이란 것도 하도 왔다갔다 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이 후보가 ‘성장’ 앞에 ‘전환적 공정’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부터 그렇다. 실행 불가능한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을 두고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철회한 건 아니라니 종잡을 수 없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 주 4일 근무제를 꺼냈다가 반대여론이 거세자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없던 일로 했다. 윤 후보가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코로나 보상 50조원 지급’을 불쑥 꺼내고, 노동개혁을 외치면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 유급화)를 던진 것도 오십보백보다. 도무지 미래가 안 보이니 20~30대는 찍을 후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거대 양당의 이런 모습이 답답했는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어제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 “‘후보 합동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후보 초청 청문회를 열자”는 주장을 내놨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뼈아프게 들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은 악화하는 코로나 파장, 글로벌 공급망 충격, 폭등한 집값·전셋값, 한반도를 둘러싼 위중한 안보 등 숱한 난제를 풀 유능한 후보를 원한다. 후보들은 이제부터라도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겨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