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중증 환자 1000명.’ 방역당국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를 부를 수 있는 출발점으로 우려한 숫자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000명보다 많이 나오면 대형 병원들은 일반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상시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일반 중환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게 된다. 이게 바로 의료시스템 붕괴다.

이런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위중증 환자(1016명)가 사상 처음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18일(1025명)에도 신기록을 세운 것.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첫날(343명)과 비교하면 한 달 반 만에 3배가 됐다.

가파르게 치솟은 위중증 환자는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18일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9.1%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70~80%가 나오고 있는 수도권의 병상 가동률은 85.9%에 이른다.

입·퇴원 수속과 응급병상 확보 등의 이유로 100% 가동할 수 없는 중환자 병상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만석’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수도권에서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려고 하루 이상 대기하는 환자가 893명에 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제때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 넘게 나오면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일반 환자 진료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4일 “주요 병원별로 보유한 중환자실의 40~50% 정도를 코로나 병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 넘게 나오면 중환자 병상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 진료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일반 환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초과 사망(excess death)’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초과 사망이란 특별한 이유로 인해 사망자 수가 과거 3년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병상 부족으로 일반 중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사망자로 잡히지 않는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말까지 코로나19 중등증 이상 병상을 5800개 추가하기로 한 만큼 일반 중환자 치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그럼에도 정부 예측대로 연말께 위중증 환자가 1600~1900명으로 늘어날 경우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곳곳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