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환자도 방역패스 예외 안돼…QR코드 거래 '꼼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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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부작용 있어도 인정 못받아
비즈니스 미팅·사적모임 하려면
미접종자 이틀마다 PCR검사해야
"맞기 싫어 안맞은 것 아닌데" 불만
온라인선 "접종완료 아이디 삽니다"
음성확인서 위조도 판쳐
비즈니스 미팅·사적모임 하려면
미접종자 이틀마다 PCR검사해야
"맞기 싫어 안맞은 것 아닌데" 불만
온라인선 "접종완료 아이디 삽니다"
음성확인서 위조도 판쳐
서울에 사는 윤모씨(36)는 지난 10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했다. 3일차부터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두통과 함께 눈 주변에 극심한 통증이 번졌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결과 “과거 앓았던 ‘군발성두통’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보름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윤씨에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 원인일 수 있으니 2차 접종은 하지 말라”는 소견서를 건넸다.
하지만 윤씨는 강화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행 이틀째인 19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검사소를 찾아야 했다. 며칠 전 ‘의학적 접종 예외 확인서’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처럼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점심·저녁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하려면 이틀마다 PCR 음성 확인서를 받는 수밖에 없다”며 “백신을 맞고 싶어도 못 맞은 사람들에게 방역패스가 너무 가혹하게 설계됐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질병청이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을 설정한 탓에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심장수술을 받은 여모씨(53)도 이런 케이스다. 그는 “mRNA 백신을 맞으면 심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맞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았지만, 보건소는 의학적 접종 예외 확인서를 떼어주지 않았다. 질병청 가이드라인에 심장 기저질환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대학생 박모씨(27)는 10월에 화이자를 맞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뒤 생긴 ‘백신 공포증’으로 2차 접종을 포기했지만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곳은 아무도 없다. 박씨는 “의사는 2차 접종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호흡곤란이 또 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맞기 싫어서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했다.
PCR 음성 확인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미접종자는 식당·카페·헬스장·독서실 등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안에 발급받은 PCR 음성 확인서를 문자 또는 종이로 보여줘야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이 받은 “OOO님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라는 문자를 그대로 복사한 뒤 이름만 바꾸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는 문자가 아니라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으로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접종증명서를 도용하거나 PCR 음성 확인서를 위·변조하는 것은 모두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230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다중이용시설은 이용자의 위·변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QR코드와 함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중이용시설 업주가 이용자의 위·변조 행위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하지만 윤씨는 강화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행 이틀째인 19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검사소를 찾아야 했다. 며칠 전 ‘의학적 접종 예외 확인서’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처럼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점심·저녁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하려면 이틀마다 PCR 음성 확인서를 받는 수밖에 없다”며 “백신을 맞고 싶어도 못 맞은 사람들에게 방역패스가 너무 가혹하게 설계됐다”고 토로했다.
1차 맞고 응급실 가도 ‘예외 불인정’
정부의 방역패스 강화 조치에 대해 미접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접종자는 48시간마다 코를 찔러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는 한 노래연습장 영화관 독서실 체육관 등 거의 모든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식당·카페의 경우 들어갈 수는 있지만 ‘혼밥(혼자 밥 먹는 것)’만 할 수 있다. 문제는 1차 접종 후 부작용을 겪었거나 기저질환 때문에 못 맞은 사람도 이런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질병관리청은 ‘의학적 접종 예외 확인서’ 발급 대상을 ①1차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심근염·심낭염 등이 발생했거나 ②면역결핍자 또는 항암제·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이거나 ③코로나19 백신 구성 물질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발급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방역패스의 취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하지만 질병청이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을 설정한 탓에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심장수술을 받은 여모씨(53)도 이런 케이스다. 그는 “mRNA 백신을 맞으면 심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맞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았지만, 보건소는 의학적 접종 예외 확인서를 떼어주지 않았다. 질병청 가이드라인에 심장 기저질환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대학생 박모씨(27)는 10월에 화이자를 맞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뒤 생긴 ‘백신 공포증’으로 2차 접종을 포기했지만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곳은 아무도 없다. 박씨는 “의사는 2차 접종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호흡곤란이 또 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맞기 싫어서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했다.
접종 완료 QR코드 사고팔기도
이러다 보니 여러 ‘꼼수’가 나오고 있다. 접종 완료자의 네이버·카카오톡 아이디를 빌리는 게 대표적이다. 미접종자의 휴대폰으로 접종 완료자의 SNS에 로그인하면 접종 기록과 연동돼 QR코드를 받을 수 있다. 접종 완료자처럼 식당·카페를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프리패스’를 얻는 셈이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접종 완료자의 네이버 아이디를 5만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PCR 음성 확인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미접종자는 식당·카페·헬스장·독서실 등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안에 발급받은 PCR 음성 확인서를 문자 또는 종이로 보여줘야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이 받은 “OOO님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라는 문자를 그대로 복사한 뒤 이름만 바꾸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는 문자가 아니라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으로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접종증명서를 도용하거나 PCR 음성 확인서를 위·변조하는 것은 모두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230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다중이용시설은 이용자의 위·변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QR코드와 함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중이용시설 업주가 이용자의 위·변조 행위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