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작년 미국 출시에 이어 올해 유럽에서 영토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미국 유럽 출시와 함께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상업화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제약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시작해 미국에서 임상과 품목 허가, 판매망 확보까지 자체적으로 해낸 최초의 약이다.

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최근 영국에 출시됐다. 이 약이 유럽에서 출시된 것은 독일(6월), 덴마크와 스웨덴(10월)에 이어 네 번째다. 영국은 유럽 내에서도 가장 큰 뇌전증 치료제 시장으로 꼽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영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작년 3억8800만달러로, 독일(3억7400만달러)보다 크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가 영국에서 급여 대상 목록에 포함된 만큼 치료 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팜은 여세를 몰아 유럽 내 세노바메이트 판매 지역을 빠르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영국 독일과 함께 ‘톱5’에 들어가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로 확대하고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등 북유럽 및 주변국으로도 넓힐 예정이다.

유럽보다 한 해 먼저 출시된 미국에서는 세노바메이트가 시장에 녹아들고 있다. 올 3분기 미국에서 월평균 처방 건수는 8397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23% 늘었다.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에서 처방된 지 17개월차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10년간 출시된 뇌전증 치료 경쟁 약물들과 동일 시점에 놓고 비교하면 평균 처방 건수가 74%가량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액으로 치면 세노바메이트가 출시된 작년 2분기 21억원이었던 판매량은 올 3분기 199억원으로 1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상업화를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사와 중국에 합작법인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세워 세노바메이트를 포함해 중추신경계 신약 파이프라인 6개의 현지 판권을 이전했다. 일본에는 작년 10월 오노약품공업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상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아시아에서 임상 3상 중으로, 품목 허가가 이뤄지면 출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해놓은 것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으로 기술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