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들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고철(철스크랩)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국내 자급량의 한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해외 수입처 확보에 나섰다.

'귀한 몸' 된 고철…해외 공급사 인수까지 노리는 철강사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스크랩의 가격 기준이 되는 ‘중량A’ 고철 평균가격은 12월 둘째주 기준 t당 57만2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초 t당 60만원대를 넘긴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작년 12월 평균(31만2000원)보다 80% 이상 뛴 수치다.

중량A는 상태가 좋은 철근이나 H빔 조각으로 구성된 고철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전기로 가동에 활용하는 원재료다. 최근의 가격 상승은 고로(용광로) 기반 철강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배출가스 감축을 위해 철광석을 석탄으로 녹여 쇳물을 얻는 고로 공법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올해 철광석을 녹여 만든 쇳물의 불순물을 없애는 공정에서 투입하는 고철 비중을 15%에서 20%까지 높였다. 철광석 비중과 함께 탄소 배출의 주원인인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고철 투입 비중을 2025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연간 40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포스코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철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고철 구매량을 늘리기 위해 국내외에 수집기지를 세우고 해외 공급사에 대한 지분 투자도 단행해 총 400만t의 공급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연간 수요의 2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행보다.

동국제강 등 기존의 대형 전기로 제강사들도 고철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일본에 직영 고철 야드(하치장)를 세우는 등 주요 수입국 내 공급망 구축에 들어갔다. 현대제철도 대형 모선(폐선) 인수를 비롯해 안정적인 고철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선 고철의 수출 제한에 나서는 등 전략 자원화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