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채용 플랫폼 회사인 사람인HR이 국민명함 앱 ‘리멤버’를 운영하고 있는 드라마앤컴퍼니에 800억원을 투자한다.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번 투자는 사람인과 리멤버가 손잡고 국내 대표 온라인 채용 플랫폼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잡코리아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람인은 한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크앤파트너스와 함께 리멤버에 1600억원을 투자하는 주주 간 계약을 20일 체결했다. 사람인은 이 중 절반인 800억원을 투자하는데, 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300억원은 아크앤파트너스가 조성한 펀드에 기관투자가(LP) 자격으로 출자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아크앤파트너스가 40%대 지분율로 최대주주, 사람인은 21.7% 지분율로 3대 주주에 오른다. 아크앤파트너스는 VIG파트너스 출신인 안성욱, 김성민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운용사다. 리멤버 창업자인 최재호 대표의 지분율은 10% 아래로 낮아지지만, 회사 경영엔 계속 참여한다. 이사회 의석 절반 이상이 최 대표 쪽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인과 리멤버가 손잡은 건 규모를 더 키워 채용 플랫폼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싶은 사람인과 ‘비즈니스 포털’로 가고자 하는 리멤버의 지향점이 서로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람인은 2019년 기준 정규직 채용 시장에선 46% 점유율로 경쟁사인 잡코리아(43%)보다 다소 앞서지만, 잡코리아가 비정규직 채용 회사인 알바몬을 갖고 있어 전체 채용 시장 점유율에선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멤버와 손잡으면 이 격차를 극복할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2019년 ‘리멤버 커리어’를 출시하면서 채용관리 시장에 진출한 리멤버는 300만 명 이상의 직장인 데이터를 토대로 기업이 먼저 이용자에게 이직을 제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의 경력에 허위가 거의 없는 데다 과장급 이상 관리자급 인재풀이 많아 ‘맞춤형’ 인재를 찾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사람인은 리멤버가 보유한 고급 인력 채용풀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리멤버는 이번에 확보하는 투자금을 활용해 ‘종합 비즈니스 포털’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규 인력 채용과 추가 인수합병(M&A) 작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채용 플랫폼 업계는 이번 투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쟁사인 잡코리아는 올해 글로벌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어피너티는 잡코리아를 호주의 채용 플랫폼인 시크(SEEK)와 연계시켜 잡코리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