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한국전력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격히 올라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 ㎾h당 0원에서 3원으로 올리는 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의 유보 결정으로 조정단가가 0원으로 확정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해 분기마다 조정되는 금액이다.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9~11월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따져 결정된다. 한전에 따르면 올 9~11월의 실적연료비는 kg당 467.12원으로 기준연료비 289.07원/kg에 비해 61.6% 상승했다. 유연탄, LNG 가격이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올 들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한전은 실적연료비 급등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 ㎾h당 0원에서 29.1원으로 올릴 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에서 규정한 분기별 최대 인상폭이 ㎾h당 3원으로 제한돼있는 만큼 현재 0원인 조정단가를 3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기요금 변동폭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정부는 한전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요구를 거절했다. 정부는 한전에 "국제 연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내년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조정단가를 '0원/㎾h'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민 생활물가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강제로 막으면서 '전기요금 합리화'를 위해 정부 스스로 만든 연료비 연동제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향후 전기요금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올 1월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 안정'이라는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이 막히면서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