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빌드백베터 좌초→금리 인상 늦춰질 듯"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재정부양책인 빌드백배터(Build Back Better) 법안 좌초로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재정부양이 실시되지 않으면 네년 미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골드만삭스는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빌드백배터 법안의 통과는 더는 기본 사례로 보이지 않는다. 규모가 축소된 법안이 통과될 확률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조 맨친 의원 민주당 상원의원의 성명에 비춰볼 때 확률은 분명히 감소했고 우리는 기존 가정에서 이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빌드백배터, 즉 약 2조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인프라 법안은 지난 주말 사실상 좌초됐다. 상원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맨친 의원이 성명을 내고 찬성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탓이다. 맨친 의원은 인플레이션 상승, 연방정부 부채 증가, 코로나 변이 출현 등을 법안 반대 이유로 들었다. 또 친환경 에너지 및 기후변화 투자 조항과 관련해 미국 전력망의 신뢰성과 해외 의존도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꼽았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 주민들에게 사회복지 인프라 법안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어 결국 찬성표를 던질 수 없다. 반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빌드백베터 좌초→금리 인상 늦춰질 듯"
골드만은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기 전에 더 올라갈 것이고, 소비자물가가 7%에 달하면 맨친 의원 등이 지적했듯이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통과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정치적 관심을 바이러스 관련 문제로 되돌려, 정치권의 장기 개혁에 관한 관심이 멀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내년 1분기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로 낮췄고 2분기는 3.5→3%, 그다음 분기는 3→2.75%로 내린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동 세액공제(child tax credit)"라고 지적했다. 미 연방정부는 올해 자녀 수에 따라 1인당 3000~36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했는데 이는 12월 31일 종료된다. 골드만삭스는 "빌드백배터 좌초로 아동 세액공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이는 하류층의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미 2020~2021년에 제정된 대부분 코로나 지원 관련 법안은 대부분 종료되어 내년 재정 지원은 올해보다 감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빌드백배터 법안 좌초로 인한 경기 둔화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대부분의 Fed 위원들은 빌드백배터나 그와 유사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해왔다"면서 "만약 통과 불가가 확실해지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3월 기준금리를 처음 올릴 것이란 우리 기대가 약간 위험해진다"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12월 FOMC 이후 내년 3, 6, 9월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런 예측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