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미크론+Fed 불확실성↑, 크리스마스 전 "사라"는 톰리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종일 우울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1.2~1.5% 내림세로 출발했고, 결국 다우는 1.23%, S&P500은 1.14%, 나스닥은 1.23%에 마감됐습니다. S&P500 지수는 100일 이동평균선을 가까스로 지켰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지난 18일 적어도 1월 중순까지 전면봉쇄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스페인 독일 아일랜드 영국 등도 봉쇄 수위를 자꾸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날 하루 신규감염자는 이틀째 13만 명(7일 이동평균) 대에 달했습니다. 지난달 말 4만~5만 명 대였던 것에 비해 폭증한 겁니다. 뉴욕주에서만 하루 2만2000명씩 쏟아지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터진 뒤 신기록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매튜 해리슨 의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오미크론 변이가 심각한 증상을 앓는 비율이 델타 변이보다 더 낮더라도 훨씬 더 쉽게 감염된다면 전반적인 질병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매우 높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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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사회복지 인프라 법안 '빌드백배터'(Build Back Better, BBB)가 사실상 좌초된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원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이 성명을 내고 찬성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맨친 의원은 인플레이션 상승, 연방정부 부채 증가, 코로나 변이 출현 등을 법안 반대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 친환경 투자 관련 조항으로 인해 미국 전력망의 신뢰성 저하 및 해외 의존도 증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 주민에게 사회복지 인프라 법안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반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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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 법안은 내년 미국 경기를 떠받칠 핵심 재정 부양책이었습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내년 1분기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로 하향했고 2분기는 3.5→3%, 그다음 분기는 3→2.75%로 내린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BBB 법안의 통과는 더는 기본 사례로 보이지 않는다. 규모가 축소된 법안이 통과될 확률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맨친 의원의 성명에 비춰볼 때 확률은 분명히 감소했고 우리는 기존 가정에서 이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기 전에 더 올라갈 것이고, 소비자물가가 7%에 달하면 맨친 의원 등이 지적했듯이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통과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정치적 관심을 장기 경제 개혁에서 바이러스 관련 문제로 되돌려, 정치권의 관심이 멀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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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BBB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022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 감소하고 내년에 완전 고용에 도달하는 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BBB 법안이 없으면 팬데믹의 또 다른 심각한 물결을 겪으면 경기 회복은 지체되기 쉬울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BBB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있지만,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을 어느 정도 위험에 빠뜨리고 장기적으로도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장세의 특징은 모든 주식이 무차별적으로 하락했다는 겁니다. 작년 3월 팬데믹이 터진 뒤 기술주가 장세를 주도했고 올해 들어 경제가 재개되자 경기민감주들이 주도세력으로 부상했습니다. 델타 변이가 터지자 다시 빅테크 중심으로 기술주가 강세를 보였고, 지난달 말부터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기술주는 상대적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어떤 주식이 상대적으로 나았는지 별로 따질 게 없었습니다. 거의 온종일 S&P500 11개 업종 모두가 내림세를 보이다, 장 막판 경기방어주인 유틸리티(0.05%), 필수소비재(0.04%) 강보합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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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재개 관련주인 보잉은 2.2% 하락했고 캐터필러는 2.9%, 제너럴일렉트릭은 1.5% 내렸습니다. 라스베이거스샌즈는 3.6%, 알래스카항공 1.4%, 다든레스토랑은 1.3% 하락했습니다.

에너지주인 BP 2.5%, 엑슨모빌 1.5%, 옥시덴탈페트롤리엄 3.78% 내렸습니다. 금융주도 JP모간이 1.8%, 웰스파고 2.29% 내렸습니다.

기술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애플이 0.81%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 1.20%, 아마존 1.73%, 메타 2.5%, 테슬라 3.5% 급락했습니다. 팬데믹 수혜주인 줌 0.89%, 펠로톤 8.83%, 쇼피파이 3.55% 등도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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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주식정보 업체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는 "과거 팬데믹은 뉴욕 시장에 긍정적이었다. 통화 및 재정 부양책으로 엄청난 유동성이 주입되면서 주가는 급등했다. 기업들의 이익도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지금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다르다.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은 어떤 식으로든 부양책을 철회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주말 BBB 법안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 의회에서 BBB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에서 엄청난 절벽이 생긴다. 이런 경기 부양책의 철회가 주식의 역학을 정말로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 지원 없이 시장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는 재택 관련 기술주가 급등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않다. 부양책이 끊어진다는 게 달라진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오미크론 변이가 초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변이 부상에도 부양책들이 사라진다는 게 초점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그는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BBB 법안은 완전히 죽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맨친의 말의 행간을 읽는다면 (아동 세액공제 등이 빠진다면) 1조 달러 이상의 법안은 수용할 것이다. 내년 1~2월에 뭔가 (작은 규모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맨친 의원은 지역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정되거나 더 작은 규모의 BBB 법안에 대해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상임위원회 통과 등 다음 단계로 가려면 먼저 수정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발언이 알려진 뒤 한때 2% 넘게 떨어지던 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하락 폭을 대폭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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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수가 급변동한 데 대해 한 월가 관계자는 "지금은 많은 사람이 휴가를 떠나는 연말이고 실제 많은 투자자가 이미 북을 닫았다. 거래량이 적어서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때처럼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소식이 과장되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펀드매니저들이 연말에 수익률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저가 매수를 꺼리는 것도 변동성이 커지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채권 금리도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 초반 한때 연 1.354%까지 급락했었지만, 맨친 의원의 발언이 나온 뒤 1.427%까지 회복됐습니다. 결국, 전장보다 1.3bp 오른 연 1.420% 수준에 마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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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가 이렇게 낮아진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Fed의 긴축 전환에 따른 경기 우려가 깔려있습니다. 이날은 Fed가 지금 발표한 것처럼 매파적으로 긴축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어쨌거나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고, BBB 법안까지 좌초될 경우(혹은 규모가 대폭 감소할 경우)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골드만삭스도 BBB 법안 좌초로 인한 경기 둔화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대부분의 Fed 위원들은 빌드백배터나 그와 유사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해왔다"라면서 "만약 통과 불가가 확실해지면 FOMC가 내년 3월 기준금리를 처음 올릴 것이란 우리 기대가 약간 위험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2월 FOMC 이후 내년 3, 6, 9월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애덤 크라사펄리는 "Fed의 정책이 지난주 FOMC 때 발표한 것보다 더 매파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에 금리 두 번 인상이 세 번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양적 완화가 끝나는 3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아무리 빨라도 그다음 회의가 될 것이다.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지난 금요일에 내년 중반께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나는 2022년에는 자산 축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통화정책은 확실히 긴축되고 있다. 그러나 Fed가 지금처럼 매파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는 공격적으로 선회하고 있지만, 너무 빨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제거할 수 없으며 확실히 너무 빨리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볼 수 있다. Fed는 이것을 알고 있고,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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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미크론 감염의 증가가 공급망 혼란을 연장해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Fed가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휴장을 앞두고 오는 23일 온갖 경제 지표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그중 하나가 중요한 물가 지표인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입니다. 애덤 크리사펄리는 "PCE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정점에서 완만하게 내리막길을 시작하고 있다는 아주 작은 신호라도 나오면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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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지켜봐야 할 건 오미크론 관련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언제쯤 환자가 급증하고 언제, 어느 규모에서 정점을 찍을지가 관심입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의 매튜 해리슨 의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기본시나리오는 10~12주 지나 확산세가 정점을 찍는 경우입니다. 하루 감염자가 30만~50만 명 수준을 절정으로 봤습니다. 해리슨 애널리스트는 "기본 시나리오는 하루 확진자가 델타 변이의 2~3배 수준에 달하면서 10~12주 안에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라면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세는 이전 델타 변이 때보다 2~3배 더 높은 총감염자 수 수준에서 정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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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세가 짧게 끝나는 긍정적 시나리오의 경우, 5~6주 만에 하루 감염자 25만~30만 명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만약 지금과 같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준의 감염자 증가 추세의 감속이 발생한다면 정점은 5~6주 내로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정점까지 12~14주가 소요되고 하루 신규감염자는 최대 50만~7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델타 변이의 경우 발생 시점부터 정점까지 10주가량 걸렸습니다. 그리고 하루 신규감염자 16만 명 수준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톰 리의 펀드스트랫은 "일반적으로 보면 몇 주 내에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하루 25만 건에서 30만 건, 혹은 최대 50만 건까지 증가할 수 있다"라면서 "금융시장은 하루 확진자가 50만 건 이상 발생한다는 예상에 패닉에 빠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2배 빠르게 번아웃(Burn out, 힘이 소진되는)되는 특성도 있다. 워싱턴대 건강측정 및 평가연구소(IHME)는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은 1월 초에 나타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점은 지난 여름 델타 변이 당시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고, 우리의 하루 25~30만 명 신규감염자 발생 시나리오는 너무 공격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펀드스트랫은 "만약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내년 1월에 정점에 도달하면 주식은 실제로 12월 말에 바닥을 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우리 전략가(마크 뉴튼)는 저가 매수를 할 수 있는 시점은 오는 22~24일 사이에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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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시나리오의 가정은 남아공 가우탱 지역의 사례를 기초로 합니다. 최근 정점이 나타나면서 환자 증가세가 감소로 접어들었지요. 이런 경우가 과연 미국과 유럽에서도 나타날까요?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가우탱의 사례는 곧 신규감염자의 정점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남아공의 이런 패턴을 선진국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선진국은 남아공보다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지만, 고령 인구는 훨씬 많다. 남아공보다 영국 런던이 미국의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