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상춘 한경 논설위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2022 대내외 금융.자본시장 전망에 관한 토론회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왼쪽부터 한상춘 한경 논설위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2022 대내외 금융.자본시장 전망에 관한 토론회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유동성장세가 끝나는 내년엔 기업의 실적을 기반으로 종목을 잘 선별해야 한다. 성장 둔화 국면에선 전기차와 같은 성장주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글로벌 긴축 위험 등이 가시화되며 내년 1분기가 가장 진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다만 하반기 다시 증시가 상승하며 코스피지수는 3600선까지 도달할 거라 본다"(박정림 KB증권 사장)

21일 진행된 '2022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는 내년도 투자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도 열렸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사회를 보고, 최 회장과 박 사장이 토론을 나눴다. 이들은 내년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겠지만 그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데에 입을 모았다. 다만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기인 만큼 성장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 봤다.

난기류 탈 글로벌 증시…성장주 주목해라

두 사람은 올해 증시환경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으로 인해 대체적으로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Fed의 긴축 우려 때문에 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가 난기류를 탔다고 봤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사장은 "인플레이션과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 유동성 회수를 감안할 때 1분기가 증시에 가장 진통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기업공개(IPO)와 관련된 상품이나 암호화폐 등 유동성 확장과 함께 수혜를 받은 자산은 충분히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조정의 폭이 깊진 않을 것이라는 데엔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최 회장은 "올해 기업이익이 전년대비 15% 증가했다고 하는데 내년에도 7~9% 정도는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며 "경기방향성 자체는 둔화된다는 점에서 시장 평균을 의미하는 주가지수를 보기 보단, 견조한 기업이익을 감안해 개별 기업과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사장은 "중국도 부양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을 필두로 기업 이익 증가세가 어마어마하다"며 "코스피지수는 내년 상반기 2750선으로 바닥을 한 번 찍고 하반기에 3600선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내년엔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기인 만큼 성장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올해 대비 경기와 물가가 둔화되는 내년엔 성장주나 기술주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 받을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배터리 소재·부품 업종이나 메타버스 분야를 선점하려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의 투자가 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사장 역시 "상반기에는 전체적으로 기업이익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으로 성장 기대가 강한 콘텐츠, 바이오, 친환경 등 중소형 성장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바이오업종은 그동안의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고 내년 상반기 개최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기대감도 있어 중장기 비중확대 업종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해외투자 확대하고 꾸준히 투자해라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보다 해외 투자 저변을 넓힐 것을 권했다. 박 사장은 "특정 자산 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분산투자도 필요하다"며 "미국의 빅테크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미래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들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라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자산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젊은 세대가 주식이나 디지털자산을 트레이딩(자주 샀다 파는 것)해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당장 기대가 낮은 건 사실이지만 자산이 작을 때부터 적립식 펀드로 차곡차곡 모으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또 "구체적으로 몰라도 된다. 세상을 바꾸는 큰 흐름만 보고 가면 된다"고도 조언했다.

한편 내년도 눈여겨봐야 할 리스크로는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 미·중 갈등 등을 꼽았다. 박 사장은 "코로나 변이가 계속 나오며 경기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고, 내년도 예정된 긴축 역시 그 속도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져 있어 소비여력의 축소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내년 한국에선 대통령이 바뀌고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변화가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중간 갈등이 불거질지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